디지털 콜라주로 재탄생한 도시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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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0 15:59  |  수정 2024-03-20 16:12  |  발행일 2024-03-21 제16면
대구 아트스페이스펄, 4월6일까지 장우진 ' 바람의 색' 전시
도시의 특정직 요소 재구성해 초현실적 느낌 선사
사진적 재현과 허구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작품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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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비내리는 오후(a Rainy Afternoon)'. 홍콩, 타이베이, 서울, 볼티모어의 풍경을 재조합하고 연결해 완성한 작품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디지털 콜라주를 통해 초현실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표현한 사진영상 전시가 대구에서 열린다.

대구 중구 아트스페이스펄은 오는 4월6일까지 장우진 작가의 '바람의 색'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1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홍콩, 타이베이, 서울, 볼티모어, 울산 등 세계 각국의 도시풍경을 재조합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산업화 과정 속 급변하는 풍경에 관심을 가져온 장 작가는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디지털 콜라주로 배치해 왔다. 그의 작품은 각자의 삶터에서 보고 느끼는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의 '관계 맺기'로 이뤄진다. 그 결과 그의 작품은 특정 지역의 삶이 담긴 도시와 마을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그 도시의 특징적 요소를 재구성해 현실보다 더 현실적 풍경을 선사한다.

사회의 부당함과 기득권에 맞서려는 작가의 의지도 엿볼 수 있다. 도시의 모습을 담은 주요 작품의 하단에는 마치 은행잎 처럼 샛노란 우산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이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상징하는 것으로 수직적인 도시의 권력 구조에 맞서 현 상황을 바꾸려 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작품 속 건축물들은 수많은 개인의 욕망이 축적된 기성 체제를 대변하지만, 그 아래에는 민중의 희망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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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볼티모어의 비 내리는 오후'.아트스페이스펄 제공


그의 작품은 사진적 재현과 허구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장 작가의 작품 속 도시 전경은 얼핏 보면 하나의 사진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수천 장의 사진을 디지털로 재조합한 것이다. 마치 게임 속 장면 처럼 '쨍'하다. 여러 장소를 찍은 수천 장의 사진을 재조합하고 변형 시켜 하나의 화면을 만들었다. 디지털로 재배치한 공간의 어색함을 해결하기 위한 장치도 있다. 건물 사이에 전선을 배치해 공간 사이의 이질감을 줄였고, 창에 반사되는 이미지도 재가공해 현실적 느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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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전시 오프닝을 위해 대구 아트스페이스펄을 찾은 장우진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최근작 '비내리는 오후(a Rainy Afternoon)'의 경우 홍콩, 서울, 타이베이를 비롯해 볼티모어의 풍경까지 섞여 있다. 네 개의 도시가 한 곳에 자리해 있지만 각 도시의 풍경들은 이질감 없이 화면에 녹아든다. 각각 다른 시간과 장소적 배경을 지닌 작품 속 건축물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김옥렬 아트스페이스펄 대표는 "장우진의 디지털 콜라주는 익숙하지만 낯선 제3의 도시풍경이다. 렌즈 너머를 보는 작가의 시선과 상호작용하는 응시의 장으로 장우진의 풍경을 만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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