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밴드 합주의 진실

  • 류자현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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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4 07:45  |  수정 2024-04-04 07:49  |  발행일 2024-04-04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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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자현 (작곡가)

제목이 다소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특별히 진실을 밝힐 것은 없다. 단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밴드 연습의 실제 모습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고자 한다.

합주의 첫 시작은 연주자들이 각자 바쁜 스케줄을 조율해가며 합주 시간을 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대체로 연주 2, 3주 전에 스케줄을 조정하며, 큰 규모의 연주는 2, 3회의 연습을, 작은 규모의 연주는 보통 일주일 전에 1회 연습으로 준비한다.

합주 날짜가 결정되면, 밴드 구성에 따라 합주실을 예약한다. 드럼이나 모둠북 같은 부피가 큰 타악기나 앰프가 필요한 악기를 사용할 경우, 해당 장비가 구비된 합주실에서 연습하는 것이 편리하다. 반면, 악기 구성이 간단할 경우는 개인 연습실에서 합주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힘든 만남이 이루어지면 사실 합주실에 앉자마자 근황 토크부터 시작한다. 매주 정기적으로 연습하는 팀이 아니고서는 행사가 있을 때만 가끔 만나기 때문에 앉아서 20분 정도는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밴드 마스터가 "스톱"을 외치기 전까지는 수다 삼매경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후 연주할 곡들을 맞춰보며, 서로 의견을 나누거나 때로는 밴드 마스터의 지시에 따라 연습을 진행한다. 대부분 합주 전 악보와 음원을 통해 개인 연습을 해오기 때문에, 합주는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가끔 길을 잃는 합주도 발생하는데, 이때는 마스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마스터의 역할은 연주자들 각 파트의 음악을 이해하고 또 이것을 조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합주 시간에 서로 감정이 상할 일도 많다. 이런 식의 연주가 더 좋다. 혹은 이렇게 연주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뮤지션들은 대체로 자신의 음악적 고집이 있으므로 의견을 합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밴드 마스터나 리더들이 대체로 이 의견을 통합하고 수렴해서 연습을 진행한다.

곡을 한 번 쭉 훑어본 후 부족하거나 맞지 않는 부분은 개인 연습을 통해 보완하고, 공연장 리허설에서 마지막 합주를 진행한다. 합주가 끝나면 합주실 뒷골목에서 장비에 관한 이야기나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때로는 함께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작은 무대든 큰 무대든 연주자들은 늘 합주를 한다. 때로는 무대가 정해지지 않아도 앞으로 있을 연주를 대비해 함께 모여 음악을 구상하고 만들기도 한다. 길 위의 무대에서든 멋진 공연장 무대에서든 늘 노력하는 연주자들을 만나면 그들을 위해 따뜻한 박수를 보내면 좋겠다.

류자현<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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