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에 뼈를 묻겠습니다"

  • 임성수
  • |
  • 입력 2024-04-11 07:21  |  수정 2024-04-11 07:24  |  발행일 2024-04-11 제23면

2024041001000382100015571
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승자와 패자는 갈렸다. 22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선거운동 기간 최선을 다했다.

승자와 패자 중엔 지역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활동하며 지역을 사랑하고 아낀 이들도 있지만, 학창 시절 이후 수십 년간 아무런 지역 활동 없이 총선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중앙당의 공천을 받아 후보가 된 '낙하산 인사'도 있다.

낙하산 인사 중 당선돼 금배지를 단 후보도 있고, 낙선의 고배를 마신 이도 있다. 이들은 선거운동 기간 저마다 "뼈를 묻겠다"며 지역구 주민들에게 90도가 넘도록 허리를 굽히며 한 표를 호소했다.

22대 총선은 끝났다. 선거기간 총력을 다한 여야의 지역구 의석수( 254석) 도 결정됐다. 비례대표 포함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6월1일 개원식을 시작으로 2028년 5월31일까지 임무를 수행한다.

총선을 불과 26일 앞둔 지난달 15일 국민의힘은 '대구 북구갑'에 우재준 변호사, '대구 동구-군위갑'에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를 공천했다. 두 후보 모두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며 대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됐다.

우재준 당선인은 복현초, 덕원중, 대륜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진학한 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재개발·재건축 분야 전문 변호사로 서울시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 서울 동대문구 법률고문, GS건설·롯데건설의 송무 및 자문변호사 등 주로 서울에서 활동했다. 대구 활동은 대구시 감사위원이 전부다.

최은석 당선인은 동도초, 덕원중, 구미고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한 뒤 첫 직장 쌍용정유를 시작으로 삼일회계법인, 삼경회계법인 등을 거쳐 CJ그룹 사업2팀장으로 입사해 대표까지 올랐다.

대구에서 학창 시절만 보낸 뒤 대부분의 활동을 서울에서 한 두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 '대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임해 금배지를 달았다.

16년 전인 2008년에도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서울대에 입학한 뒤 서울 기반 생활을 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대 총선에서 이들과 똑같이 "대구에 뼈를 묻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대구 수성구을' 선거에서 낙선한 뒤 곧바로 대구를 떠나 2년 뒤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하더라도 몇십 년 만에 맺은 대구와의 인연을 바꾸지 않겠다"고 한 약속은 선거 후 주민등록을 옮기고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준비했던 그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겠다고 하자, 일부 정치인들은 "이제는 경기도에 뿌리를 내리기를 바란다"며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김부겸 전 총리는 달랐다. 2012년 19대 총선 '대구 수성구갑'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에도 낙선한 김 전 총리는 절치부심하며 2년 뒤 다시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했다. 역시 득표율이 40%가 넘었지만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그는 '2전 3기'로 2016년 20대 총선(대구 수성구을)에 다시 출마해 민주당 후보로 31년 만에 당선되며 대구 정치사의 한 획을 그었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하는 우재준·최은석 당선인도 '대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지역구는 물론 대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낙하산 후보'라는 오명은 곧 사라질 것이다.

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기자 이미지

임성수 기자

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