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동물 윤리의 최전선…동물·인간, 공통의 해방을 고민하다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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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2 07:53  |  수정 2024-04-12 10:05  |  발행일 2024-04-12 제17면
페미니즘·포스트휴머니즘까지 망라
비판적 동물연구자 다양한 논의 정리
동물 둘러싼 이슈 체계적으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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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윤리의 최전선'은 동물 이용의 현실을 살피며 동물 윤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책은 동물과 인간 해방의 쟁점을 살피며 공통의 해방을 구한다. 저자 이노우에 타이치는 일본의 비판적 동물 연구자로 동물 착취 반대 운동과 동물 옹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물을 둘러싼 이슈들을 철학, 사회학, 정치경제학, 페미니즘, 포스트휴머니즘까지 망라해 체계적으로 살핀다.

책은 크게 '들어가고'와 '나가고'를 제외하고 본문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동물 윤리를 함께 고민해 보기 위한 전제로서 동물들이 처한 현 상황을 살핀다. 인간의 동물 이용은 축산, 오락, 실험을 비롯해 다양한 종교, 문화 활동까지 다방면에 걸쳐 있다. 동물 이용의 참혹한 현실을 살피며 동물 윤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2장은 동물 윤리학의 기초를 쌓은 철학자 피터 싱어와 톰 레건의 철학을 살펴본다. 이들은 각각 공리주의와 권리론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전개한다. 이들 유명학자의 이론을 소개한 다음 게리 프란시온이 제시한 동물권론의 혁신을 다룬다.

3장은 사회학의 공헌에 주목한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과 사상을 바탕으로 권력 구조를 비판한 데이비드 니버트를 비롯해 동물 윤리의 관점에서 자본주의를 분석한 학자들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 분석이 동물 해방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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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타이치 지음/정혜원 옮김/두번째테제/436쪽/2만5천원

4장은 포스트휴머니즘 조류를 살펴본다. 조르조 아감벤이나 자크 테리다, 미셸 푸코와 같은 유럽 철학자들의 동물론을 바탕으로 인간중심주의의 해체와 생명정치 개념을 통한 동물 억압 분석과 동물 해방론을 다룬다. 또한 포스트휴머니즘의 주요 학자인 도나 해러웨이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이 장에서는 여러 학자들의 독특한 동물론이 잘 정리돼 있어 도덕철학·윤리학을 넘어선 동물 이론의 철학적 바탕을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장은 페미니즘을 살펴보는데, 가부장적 논리에 대한 비판과 함께 여성운동과 교차성 개념, 돌봄의 윤리 등 최근 페미니스트 학자와 활동가들이 제시한 많은 쟁점들을 살펴보고 인간, 동물, 자연의 통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고민한다.

결론부인 '나가며'에서는 종합적 해방이라는 제목으로 비판적 동물 연구의 원칙에 녹아있는 '포괄적이고 단일한 투쟁'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종합적 해방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되는 여러 요소들을 설명하고,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정의 운동의 목표로 단일 쟁점에 매몰되지 않고 상호 연계하는 연대를 제시한다.

이 책은 기존 국내에서 흔히 철학·윤리 사상의 일종으로 다뤄왔던 동물 윤리론을 넘어서서 다양한 관점에서 동물 연구가 발전되어 온 모습을 독자들에게 잘 보여준다. 구조적 비판에 대한 체계적 정리는 윤리학의 사고실험을 넘어선 실천에 참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준다. 최근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비판적 동물 연구자들의 다양한 논의들을 잘 정리하고 있어 비판적 동물 연구에 입문하려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비단 동물뿐만 아니라 전쟁과 이주 등 전 세계에 걸친 폭력의 연속과 그것의 극복을 바라보는 중요한 시작을 제시해주며 연대의 가치를 되새겨준다는 평가다.

저자 이노우에 타이치는 일본 조치대 외국어학부 영어학과를 졸업했다. 인간중심주의를 뛰어넘는 동물 윤리론을 발전시키기 위해 관련 문헌 및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및 해외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한편 동물 옹호 단체와의 연대 활동에도 참여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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