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나만의 콘텐츠, 독립출판

  • 임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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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3 07:53  |  수정 2024-04-23 07:54  |  발행일 2024-04-23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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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영<소설가>

지역에서 문학 관련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독립 서점 성격의 동네 책방이다 보니 독립 출판물에 대한 입고 제안서가 메일로 오곤 한다. 제안서를 읽으면 출판물을 세상에 내보내기까지의 노력이 느껴진다.

갓 출간한 책을 들고 책방으로 방문하는 작가도 있다. 재작년 말, 폐점 시간이 다 되어 손님 한 분이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강화도에서 온 여행객이라고 했다. 동화책을 선물로 주셨는데 그분이 낸 독립 출판물이었다. 책을 소개하면서 직접 낭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책의 주제와 내용, 디자인까지, 여러 면에서 작가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뒤로 책방의 독립 출판물 코너가 좀 더 다채로워졌다.

기성 출판물이 대부분인 서가에서 독립 출판물을 찾는 손님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독립 출판은 작가가 곧 제작자이기도 하다. 원고를 출판사로 보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출간의 전반적인 과정을 작가가 주도권을 잡고 진행한다. 제목과 표지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 디자인에도 공을 많이 들인다. 책의 콘텐츠, 표지나 종이 재질, 두께, 판형, 제본 방식, 인쇄 방법에 따라 책의 느낌이 달라지고 판매 부수에도 영향을 준다.

요즘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미리 선보이고 자발적인 후원을 통해 책을 발간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하기도 한다.

독립 출판물은 전통적인 출판 산업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과 주제를 실험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30권 정도의 소량만 발간하거나 국제 표준 도서 번호인 ISBN이 없는 책도 많다. 독립 출판은 다양한 주제와 관점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전달하면서 창작자와 독자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사회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이 공들여 만든 책이 서점에 놓이고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 어느 곳으로 자리하게 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독립 출판물을 살펴보면 인생의 의미를 찾다가 책을 발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개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에서 작가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기도 한다.

책의 힘을 믿는다. 세상 밖으로 나온 모든 책이 널리 오래도록 빛나길 바란다.

부조리한 삶 속에서 목표를 갖고, 불확실성 속에서 나아가 자기만의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지 않은가. 다양한 출판물이 자신만의 빛으로 세상을 환하게 밝혀나가길 기대한다.임은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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