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서 흩뿌려진 붓의 궤적...천수 노상동 '전면화(前面畵)'展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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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4 15:36  |  수정 2024-04-24 15:37  |  발행일 2024-04-25 제16면
28일까지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에서
공서 기법 투영된 다양한 작품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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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동 '0 to 1'

지역 1세대 현대서예가이며 추상서예 개척자인 천수 노상동의 '전면화(前面畵)'展(전)이 오는 28일까지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노상동의 '공서(空書)' 기법을 투영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해당 작품들은 붓을 사용해 만들어진 것들이지만, 붓은 단 한 번도 캔버스 위에 닿은 적 없다. 붓이 품은 먹은 속도가 만들어낸 에너지를 통해 지면 위에 흩뿌려질 뿐이다. 노상동은 지난 몇 년간 같은 높이의 공중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무수한 '일획'을 긋는 특유의 작업을 이어왔다. 이른바 논터치 기법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현한 것이다.

허공에서 이뤄진 신체적 궤적과 시간의 흐름은 작품의 바탕면에서 새로운 공간 창출에 대한 깨달음으로 드러난다. 그의 작품들은 '처음과 끝', 곧 '0'과 '1'의 문법을 가지며 고유의 코드화를 통해 거대한 매트릭스를 이루며 흘러간다.

미술평론가 김영동은 "작품의 구체적 실천에서 독특한 방식을 채택한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상에서 뿌리고 긋는 필획들의 미학적 속성이나 성취의 효과를 직관해 볼 필요가 있겠다. 자신만의 운필법을 연구하고 뿌리듯 떨어뜨리는 먹물에 따라 점들을 만들어 가는 그 몰입의 순간은 아주 특별하다 하겠다. 그렇게 완성된 화면의 미적 효과를 직관하면서 작가의 이런 실험적 행위의 의미와 가치를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1952년 경북 울진 출생인 노상동은 대구고, 경북대에서 공부하고 대구서학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서울 예술의전당 개관 때부터 서예관 전문 큐레이터로 재직한 바 있다. 이후 '물파(物波)'그룹 활동을 통해 동양의 정신을 탐구하며 추상미술 작품을 발표했다. 1999년부터는 대구와 울진을 오가며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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