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전 이상용 초대전 '운명, 점 하나의 시작'

  • 임훈
  • |
  • 입력 2024-05-08 15:52  |  수정 2024-05-08 16:03  |  발행일 2024-05-09 제16면
오는 5월25일까지 대구 수성구 갤러리전에서 개최
운명 시리즈 30여점과 엔틱 벼루 50여점 선보여
작가의 철학적 사유와 기존 스타일 탈피한 작업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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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Fate'

갤러리전은 오는 5월25일까지 이상용 초대전 '운명, 점 하나의 시작'展(전)을 선보인다.

식지 않는 열정으로 끊임없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이 작가는 회화와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방대한 양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체의 모습을 비정형화하면서 작가만의 철학적 사고를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운명' 시리즈 30여 점과 조각도로 드로잉한 엔틱 벼루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그는 2010년 이후부터 '운명' 시리즈에 천착해 왔다. 이 작가는 "오래된 벼루, 버려진 쇳조각 등 누군가 쓰다 버린 물건들의 사연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누군가의 꿈이 깃들었을 벼루가 나에게 왔다는 사실을 통해 운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작품들은 운명의 형성 과정 속 '찰나의 순간'에 집중한다. 기억과 소통하는 찰나의 순간들은 이 작가만의 독창적 작품세계로 확장됐다. 그의 작업 과정은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기듯 스케치 없이 이뤄진다. 얼핏 보면 아무런 계획이 없는 듯 하지만 이는 고도로 의도된 것이다. 찰나의 생각들을 오롯이 작품에 투영해 순간의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그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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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갤러리전을 찾은 이상용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아연·알루미늄판, 테이프 등 독창적 재료를 활용한다. 그의 운명 시리즈는 아연판이나 알루미늄판 위에 테이핑 한 후 일필휘지의 방법으로 생각나는 형상들을 즉석해 그리는 방법으로 탄생한다. 특히 드로잉에 아련한 느낌을 더하는 테이프 작업의 세밀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작품의 배경에는 가까이 가서 봐야 겨우 보일 정도로 작은 크기의 베토벤의 '운명' 악보가 작품 전체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러한 배경 이미지들은 작품 속 반투명 혹은 마스킹 테이프의 물성과 어우러져 초현실적 분위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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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갤러리전에 이상용 작가의 엔틱 벼루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그의 드로잉 작품 상당수는 한 명의 인간이 해체되고 재조합된 듯한 형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상용 작가는 "사람은 어디에 소속돼 있던 결국 혼자라는 운명에 처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수많은 관계가 있지만 인생을 헤쳐나가는 것은 각자의 몫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업 과정이 고되기도 하지만 작품을 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을 축복이라 생각하며 활동 중이다. 저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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