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쩌다 특수교사 : 꽃보다 고운

  • 박일호<작가·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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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4 08:19  |  수정 2024-05-16 16:52  |  발행일 2024-05-14 제17면

박일호_작가
박일호<작가·특수교사>

"쓱, 쓱, 쓱"

화창한 봄날 오전, 지금은 직업훈련을 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의 작업은 교내 곳곳을 깨끗이 빗자루로 쓰는 거죠. 소원이의 서툰 비질에 바닥에 떨어져 있던 꽃잎들이 이리저리 흩날립니다. 얼른 쓰레받기에 쓸어 담지 않으면 금세 날아가 버려요. 소원이가 한숨을 크게 내쉽니다. 마치 그 한숨 때문에 꽃잎들이 날아가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해요.

학교 오는 길은 벚꽃으로 가득해요. 여기가 벚꽃 명소라 사람들이 항상 북적이죠. 그 행렬은 우리 특수학교 전공과 친구들이 청소하고 있는 교문 앞까지 이어져요. 소원이는 비질을 하다 말고, 유난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운 듯 한참 동안 쳐다보아요. 이렇게 화창한 날, 자기도 예쁘게 단장하고 꽃구경하고 싶을 텐데 현실은 빨간 목장갑에 대빗자루 신세이니 말이죠.

소원이에게 지금 이 꽃잎들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봅니다. 쓸고 쓸어도 끝이 없는 너. 실컷 쓸고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또 한가득 떨어져 있는 너. 사람들에게 밟히면 잘 쓸리지도 않는 너. 비라도 내리면 아스팔트에 딱 붙어버리는 지긋지긋한 너. 그런 벚꽃을 바라보는 소원이의 뒷모습이 유난히 처량해 보입니다.

그때, 소원이가 갑자기 폭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꽃잎들을 휘젓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청소 안 하고 뭐하니?' 하고 잔소리를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혹시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조심히 다가가 보았지요. 그런데 울기는커녕 배시시 웃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엔 지저분한 꽃잎들이 어느새 예쁜 하트가 되어 있었어요. 그러면서 저를 올려다보며 말합니다.

"선생님, 이거 예쁘죠?"

소원이의 미소를 보니 잔소리는 쏙 들어가고 엉뚱한 말이 툭 튀어나오네요. "아이고~ 곱네."

이내 다른 곳을 청소하던 친구들도 와서 예쁘다며 구경합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수다도 떨고, 장난도 치면서 이 시간을 견디고 이겨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에 온종일 비질만 시키자니 안 그래도 미안하던 차에 이 정도 귀여운 일탈 정도는 눈감아주고 넘어가렵니다.

힘든 반복 쓸기 작업 속에서 하트를 그려내는 순수함으로, 부디 꽃을 쓰레기로 보게 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고된 인생길에서도 작은 즐거움을 찾고, 긍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 소원이에게 한마디 더 해주고 싶습니다.

"꽃보다 네가 훨씬 더 곱다야."
박일호<작가·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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