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중장년층의 새 도전 '시니어 모델'(2)흰머리도 나잇살도 패션 아이콘…숨겨온 열정 폭발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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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7  |  수정 2024-05-17 08:01  |  발행일 2024-05-1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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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1회 대구 시니어 패션 페스티벌에서 모델라인의 시니어 모델들이 무대에 서 있다. <모델라인 제공>

"제 어릴 적 꿈은 패션모델이었어요. 젊은 모델은 여성 기준으로 키가 175㎝는 돼야 할 수 있는데, 키가 그만큼은 안 크더라고요(웃음). 모델의 꿈은 마음속에만 묻어두고 가정주부로 몇십 년을 살아 왔는데, 시니어 모델이란 직업을 알게 되고 꿈을 펼치게 됐어요." '시니어 모델' 전성시대다. 주부였던 박세영(56)씨는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했다. 뒤늦게 어릴 적 꿈꿨던 모델로 데뷔하면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빠른 고령화와 함께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최근 액티버 시니어(활동하는 시니어)가 뜨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받는 직업군이 시니어 모델이다. 누구나 원하고 마음만 먹으면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신체조건 무관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
  바른 자세·워킹 연습은 '최적화된 운동' 건강 UP
  패션쇼 등 특별한 무대경험 통해 노후생활 활력
  모델활동하다 광고·영화 분야로 진출영역 넓혀가


◆키 작아도, 나이 많아도…자신감만 있으면 OK

'시니어'라 하면 통상 65세 이상의 사람을 가리키지만 이들 세계에선 그렇지 않다. '시니어'란 단어가 폭넓은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적게는 40대, 많게는 90대의 노인도 시니어로 칭해지며 모델로 활동한다. 이 말인즉슨 시니어 모델에게 나이는 많든 적든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찾은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 '모델라인'의 모델 연령대도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도하영 모델라인 원장은 "일반적으로 시니어라 하면 백발의 노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니어'와 '모델'이란 단어가 만나면 그런 이미지가 옅어진다. 시니어 모델이 된 순간부터 몸도 마음도 젊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체형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키가 크고 슬림해야 하는 젊은 패션모델에 비해 신체적 조건이 덜 까다롭다. 일반적인 모델 기준보다 키가 작거나 마르지 않아도 된다. 도 원장은 "키가 작더라도, 살집이 있더라도, 신체에 불편한 곳이 있더라도 자신감과 열정만 있으면 누구든 시작할 수 있다. '시니어'나 '모델'이란 단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람이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시니어 모델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매력으로 시니어 모델이란 직업군이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엔 흰머리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이 되기도 했다. 흰머리가 이들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가 된 것. 시니어 모델이라서 더 '힙하게' 보일 수 있는 시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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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 모델라인의 도하영(가운데) 원장과 모델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진출 분야 폭넓어…광고·영화로도 진출

이처럼 시니어 모델은 진입 장벽이 낮아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노력과 투자는 필요하다. 모델이기 때문에 워킹부터 시작해 자세, 표정 연기, 무대 동선, 무용까지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개인마다 편차는 있지만 기본 8개월 이상은 배워야 첫 패션쇼 무대에 설 수 있다. 얼마 전 시니어 모델에 도전한 김우람(43)씨도 "키가 큰 편이라 가족의 추천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배울 게 많다. 표정처럼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 신경 쓰고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워킹과 자세다. 이날 모델라인에서 만난 시니어 모델들도 인터뷰 내내 올곧은 자세를 유지했다. 6년 차로 활동 중인 박보겸(57)씨는 "이전에는 8자 걸음으로 걷고 다리도 오다리였는데, 시니어 모델 활동을 하면서 그런 나쁜 자세들을 전부 교정했다. 평소 집에서도 다리를 줄로 묶고, 앉아 있을 때도 허리를 펴는 것을 습관화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것을 배우는 만큼 진출 분야도 폭넓다. 크고 작은 패션쇼뿐만 아니라 지면·방송 광고를 찍기도 하며 영화배우가 되기도 한다. 패션쇼에 서기 위해 배운 자세, 연기 등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김경미(65)씨도 시니어 모델 활동을 하다 최근 상업 영화에서 조연을 맡게 됐다. 과거 영화 촬영에선 노인 배역을 맡을 사람이 많지 않아 중년 배우가 분장을 하고 노인 역을 맡는 경우도 있었는데, 최근엔 시니어 모델이 많이 캐스팅되는 추세다. 김씨는 "영화배우라도 워킹 연습, 바른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니어 모델의 쓰임새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문적으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작품에 임하기 위해 모델 워킹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한다.

SNS 활동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들 사이에선 활발하다. 요즘 시니어 모델이 자신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인스타그램 등의 SNS이기 때문이다. 패션쇼 캐스팅도 SNS 메시지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시니어 모델들은 포트폴리오가 될 만한 활동들을 자신의 SNS에 수시로 기록하며 자기 PR(홍보)를 한다. 이를 잘 활용하는 모델의 계정은 팔로어 수도 많다. 자신은 적은 편이라고 밝힌 박세영씨의 계정만 해도 7천이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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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2회 대구 시니어 패션 페스티벌의 참가자들이 행사가 끝난 뒤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모델라인 제공>

◆건강·동안 비결 되기도…"더 늙어서도 할래요"

이곳에 모여 땀을 흘리는 사연은 다양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모델 활동을 시작한 후 철저한 자기 관리로 몸과 마음 모두 20대만큼 건강해졌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델 워킹은 바른 자세로 걸음을 걷게 해주는 최적화된 운동으로 중장년 세대에게 모델 활동은 건강을 챙기는 좋은 취미가 되기도 한다. 5년 차로 활동 중인 도순희(68)씨는 나이가 들면서 무릎 연골이 닳아 수술 직전까지 갔었는데, 시니어 모델이 되고 무릎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가끔 하이힐을 신지만 바른 자세를 습관화한 것이 무릎에 도움이 된 듯하다고 밝혔다.

과거 대다수 시니어가 여생을 소일거리를 하며 보내거나 집에서 손주를 돌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 시니어 모델들은 외적인 젊음을 추구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광준(52)씨는 주업이 남초 직군인 건설기계 분야다. 처음 시니어 모델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남자가 과연 할 수 있겠냐'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패션쇼에 나가고 잠깐 외출할 때 입는 옷도 신경 쓰는 등 모델 활동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고 나니 주변 반응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백보현(64)씨도 "예전에 백화점에 가면 '저 옷을 내가 입을 수 있을까' 하며 지나치곤 했는데, 이제는 독특한 디자인의 옷도 마음에 들면 입어보는 편이다. 그만큼 모델 활동을 하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며 당당해졌다"고 밝혔다.

다이애나 애실은 '어떻게 늙을까'에서 노년에 일어나는 일들은 그 자체로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하니 뜻밖의 도전을 즐기라고 썼다. 새로운 도전으로 늦깎이 나이에 인생 2막을 연 이들도 가능한 오랫동안 모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지육(50)씨는 "60~70대가 되어도 지금처럼 (패션쇼) 무대에 서는 등 특별한 경험들로 즐겁게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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