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키나와에서 떠난 뜻밖의 연극여행

  • 이상명 연극저항집단 백치들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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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5  |  수정 2024-05-16 13:32  |  발행일 2024-05-15 제14면

[문화산책] 오키나와에서 떠난 뜻밖의 연극여행
이상명<연극저항집단 백치들 부대표>

2019년 5월 당시 대학생이던 나는 학교 수업에 지루함을 느껴 과감하게 자체 휴강을 하고 일본 오키나와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또 당시에 짝사랑하던 친구가 오키나와를 좋아했기 때문에 한번 꼭 가고 싶었다. (물론 오키나와는 혼자 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정말 단순하고 즉흥적인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오키나와에 도착한 나는 뜨거운 오키나와 햇빛을 받으며 어디를 갈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숙소와 렌터카만 예약하고 아무런 계획 없이 여행을 했다. 렌터카를 받은 후 본격적인 오키나와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오키나와에도 극장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검색을 해보니 '오키나와 국립극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무언가 탐험을 하고 싶은 마음에 자동차를 타고 '오키나와 국립극장'으로 향하였다.

한국과 달리 도로도 반대이고 극장으로 가는 길이 공업지구를 지나가야 하다 보니 당시 굉장히 두려움에 운전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별 탈 없이 '오키나와 국립극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주차하고 극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당당하게 극장 정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 극장은 휴관일이라 로비에 어떠한 직원도 없었다. 그렇게 멀뚱히 혼자서 구경을 하다 보니 한 직원이 내려오게 되었다. 한국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었겠지만, 외국이라는 점을 감안해 극장 직원에게 번역기로 당당하게 요구했다.

'저는 한국에서 여행 온 연극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극장을 볼 수 있을까요?' 그러자 극장 직원이 잠깐 기다리라는 답변을 한 후 5분이 흘렀다. 5분 후 다른 직원을 데리고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극장 무대감독이었다.

그렇게 극장 감독님과 극장을 구석구석 둘러보게 되었다. 객석에서 무대까지, 분장실과 무대 제작소 심지어 상주하시는 감독님 사무실까지 정말 극진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

평소에 관리가 잘되어 있기에 이렇게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1인을 위한 극장 투어를 마치고 다시 로비로 돌아온 후 그들은 나에게 기념품이라며 극장에서 기획 중인 공연들의 팸플릿을 선물로 주었다. 뜻밖의 경험과 선물을 받은 나는 기분 좋게 오키나와 여행을 잘 마무리하게 되었다. 지금도 종종 그때의 기억과 경험이 떠오르곤 한다. 내가 지금도 그때의 일을 기억하는 이유는 당시 나에게 설명해 주는 그들의 눈이 연극으로 빛나고 있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이 눈에 보였기 때문에.

이상명<연극저항집단 백치들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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