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문화도시, 달성 .1] 문화도시에서 산다는 것

  • 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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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1 08:25  |  수정 2024-05-21 09:57  |  발행일 2024-05-21 제20면
꿈꾸는 사람들 삶 모여…일상 곳곳 문화로 꽃피다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 '현대미술제' 등 전국서 인지도
연간 900여개 문화행사 절반은 주민이 권역별 직접 기획
지역민 문화욕구 결합 '성과'…대구 최초 문화도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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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강정보 디아크 광장. 매년 달성 대구현대미술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여러분은 어떤 도시에 살고 계신가요? 살기 좋은 도시? 일자리가 풍부한 도시? 아니면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쉬는 도시? 생각해보면 이렇게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이 예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도시'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거죠. 사람도 건물도 많고, 차도 많고, 그래서 모든 게 복잡하고, 또 그래서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곳. 우리가 알고 있던 '도시'의 모습은 대부분 그런 풍경들로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말하는 도시의 모습은 왜 이런 풍경들과 다른 모습을 띠게 된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누구보다도 우리의 '삶'이 가장 정확하게 답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전의 '삶'이 어쩔 수 없이 삶을 도시에 맞추는 형태였다면, 지금의 '삶'은 반대로 도시가 우리의 삶을 맞춰가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즉 지금의 도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꿈꾸는 바를 실현하는 특별한 '무대'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도시에 살고 있냐?'는 말은 그래서 결국 '당신이 어떤 삶을 꿈꾸느냐?'와 같은 질문이 되기도 하죠. 도시를 또 다른 꿈의 형태로까지 바라보는 건데요. 여기, 그런 꿈들이 모여드는 특별한 도시 하나가 있습니다. 이곳에 모여드는 꿈들은 확실히 좀 더 자유롭고, 여유롭고, 그러면서도 보다 아름답고 풍성하기까지 한, 그런 삶의 모습을 닮아있습니다. 그런 꿈들이 모여 어느덧 삶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도시, 바로 '문화도시 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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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사문진 상설야외공연장에서 열린 '2023 달성 100대 피아노'. <달성문화재단 제공>

◆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거듭난 달성

여러분은 흔히 '달성군'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대구의 외곽에 자리한 곳? 혹은 도심에서 벗어나 산이나 강을 만날 수 있는 교외? 어떤 모습이든 간에 확실히 '도시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곳으로 느껴지곤 하죠. 그런데 최근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구시 인구가 5%(약 12만명) 정도 감소하는 사이, 달성군의 인구는 오히려 40% 이상(약 7만명)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모두가 '지방 소멸' 위기를 논하고 있는 이 시대에, 마치 시대를 역행하듯 급격히 증가한 달성군의 인구 변화는 그래서 더욱 놀랍기만 합니다.

게다가 이곳은 현재 대구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지역(2023년 기준 42.3세)으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만 39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43%를 차지하는, 그야말로 대구에서 가장 '젊은' 지역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지 않나요? 분명 도시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시점에선 대구의 어느 지역보다도 가장 젊고 활기찬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라고 하니 말이죠.

그런데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달성군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이곳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한번 더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겁니다. 단순한 주거지나 일터가 아니라, 이곳을 가득 메운 젊고 활기찬 사람들의 새로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그런 꿈의 '무대'로 말이죠.

그 무대가 바로 '문화도시'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달성군의 새로운 모습입니다. '문화도시'는 지역의 경쟁력 있는 문화적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 우리나라 정부가 별도로 지정한 도시를 말합니다. 달성군은 2022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돼, 지난해 5월 공식적인 선포식을 거치면서 대구 지역에서는 최초로 '문화도시'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지자체가 되기도 했죠. 그러니까 본격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난 지 이제 딱 1년이 된 셈입니다. 그렇다면 그 1년 동안 이곳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의 꿈이 펼쳐질 무대를 만들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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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개최된 달성군 법정문화도시 선포식 중 종이비행기 퍼포먼스. <달성문화재단 제공>

◆ 하루에도 여러 번 꿈의 무대가 펼쳐지는 도시

혹시 지난해 가을 사문진에서 열린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 기억나시나요? 지난해뿐만 아니라 매년 2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꾸준히 찾는 대규모 공연이자 이곳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기도 하죠. 이러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문체부가 주관하는 '지역문화매력 100선'(로컬100)에 선정될 만큼, 이제 완전한 '문화' 브랜드로 자리하게 됐는데요. 또 비슷한 시기, 강정보 디아크 광장에서 펼쳐진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역시 아마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야외 미술축제죠.

그런데 이렇게 대규모로 펼쳐진 공연과 전시를 포함해서 지난해 달성군에서 열린 문화행사가 무려 900건을 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년으로 치면 하루에 최소 2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펼쳐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가운데 절반가량(400여 건)이 모두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해서 만든 프로그램이었다는 겁니다.

아니, 도시 전체의 문화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도 아니고, 무려 '절반'가량을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그런데 실은 그게 바로 그간의 변화를 통해 달성군이 '문화도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또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무대'로 변신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기도 합니다.

◆ 곳곳의 일상에서부터 100대 피아노에 이르기까지

'문화도시 달성'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달성군을 네 가지 권역으로 나누어 각 권역이 지닌 문화적 특징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를 위해서 권역마다 별도의 문화거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화원·옥포·논공 권역에는 100년이 넘은 화원우체국을 리모델링한 '문화우체국', 현풍·유가·구지 권역에는 현풍보건소 방역창고를 활용한 '문화의 빛 하모니', 다사·하빈 권역에는 한옥을 모티프로 공간을 꾸민 '다사로운 다사', 그리고 가창 권역에는 곳곳에 '문화휴게소'라는 이름의 거점들이 자리하는 방식이죠.

무엇보다 이 거점들은 각 권역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당연한 말이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어떤 꿈을, 어떤 방식으로 펼치고 싶은지는 누구보다 주민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해 달성군 전체의 문화 프로그램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한, 주민들이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 역시 모두 이곳 권역별 거점에서 이루어진 것들이었는데요. 그만큼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문화적 관심이나 열망이 대단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런 관심이나 열망이 없었다면 과연 도시 전체를 뒤바꿀 만큼의 이 수많은 프로그램들을 직접 만들고 참여한다는 게 가능했을까요?

여기에 현재 달성군에서는 주민들의 이러한 관심을 '달성 100대 피아노' '달성 대구현대미술제'와 같은 이곳의 대규모 문화행사들과 연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탄탄한 문화적 자원과 새롭고 다양한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서로 결합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곳의 방대한 역사, 자연, 관광 자원들이 계속 주민들의 삶과 결합해나간다면, 이곳에서는 앞으로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지게 될까요?

◆ 누구나 특별한 삶 만들 수 있는 곳

"문화도시는 사람들의 다양한 실험과 의견이 집약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함께 이 도시를 바꿀 수 있는 '문화'의 힘을 계속 찾아보는 거죠."

현재 달성군의 문화도시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병수 달성문화도시센터장 역시 지금보다는 앞으로 이곳이 만들어나갈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더 기대해달라고 말합니다. 그 역시도 이 도시를 통해 어떤 꿈을 꾸고 있다는 뜻이죠. 이렇게 모두가 새로운 꿈으로 모여드는 도시, 그래서 도시 자체가 바로 그 꿈을 실현시키는 무대가 되는 도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새로운 무대를 펼쳐나갈 도시. '문화'는 결국 이러한 도시의 변화를 끊임없이 가능케 하는 힘의 또 다른 말이겠죠.

사실 우리가 바라는 도시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오늘날 우리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 바로 이 '문화'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만드는 삶이 새로운 꿈을 만들고, 그 꿈이 우리의 삶을 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모습. 문화는 이렇게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그 삶이 펼쳐지는 또 다른 '무대'라고, 나의 특별한 문화도시 달성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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