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때늦은 사과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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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2  |  수정 2024-05-22 07:01  |  발행일 2024-05-22 제27면

가수 김호중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거운 건 그의 유명세 때문만은 아니다. 이 사건은 연예인의 흔한 음주운전 사고와는 결이 다르다. 무엇보다 사고를 낸 후에 보인 그의 행태가 문제다. 김호중은 지난 9일 밤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가 택시를 들이받고 뺑소니를 쳤다. 이 사실을 은폐하고자 소속사와 공모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차량 블랙박스도 없앴다. 이후 그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예정된 콘서트를 강행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가 속속 밝혀지자 태도를 바꿨다. 사고 발생 열흘 만에 음주 운전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의 소속사도 "지금까지 거짓말을 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때늦은 사과는 진정성을 의심받기 마련이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구독자 300여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최근 경북 영양 지역을 소재로 만든 영상 콘텐츠가 논란이 됐다. 그들은 식당 상호명을 그대로 노출한 채 조롱 섞인 평가를 했다. "똥물이네" "할머니 맛" 등의 막말까지 쏟아냈다. 역대급 지역 비하다. 식당 주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피식대학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비난 여론이 들끓고 채널 구독자 이탈 사태가 확산되자 피식대학은 해당 영상을 올린 지 일주일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또한 너무 늦었다.

모든 일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차피 할 사과라면 빠를수록 좋다. 시간을 끌다가 떠밀리듯 하는 억지 사과는 되레 역효과만 부를 수 있다. 때늦은 사과는 아니한만 못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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