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 품은 '직선의 향연'을 바라보다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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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30  |  수정 2024-05-29 15:34  |  발행일 2024-05-30 제16면
갤러리 모나, 6월25일까지 김지혜 작가 대구 첫 전시

'보는 시간 만지는 추상_Epilogue'전

도시의 일상 속 과거, 현재, 미래 담아낸 추상작품 20여점
시간의 흐름 품은 직선의 향연을 바라보다
지난 24일 전시 오프닝을 위해 갤러리 모나를 찾은 김지혜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현실 속 '시간의 존재'를 오롯이 담아낸 '직선의 항연'은 어떤 모습일까?"

갤러리 모나(대구 중구 명덕로 35길 68)는 오는 6월25일까지 김지혜 작가의 첫 대구 전시 '보는 시간 만지는 추상_Epilogue'展(전)을 개최한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도시의 일상 속 과거·현재·미래를 담아낸 추상 평면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도시의 모습을 품은 디지털 사진에서 비롯됐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온 김 작가에게 도시의 풍경은 마치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시나브로 다가왔다. 10년 전부터 서울과 뉴욕 등 전 세계 도시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왔고, 사진 속 픽셀을 지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라이프(직선)는 현실의 이미지를 추상으로 변환하는 매개체가 됐다.

그의 작품이 사진에 기반을 둔 이유는 현실을 중요시하는 철학 때문이다. 김 작가는 "내 작품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과거와 미래가 보인 다는 삶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나는 그것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실 속 조건들을 최대한 작품으로 가져와 표현하고 싶었고, 사진 속 구상적 부분들을 점차 제거하면서 지금과 같은 추상작품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간의 흐름 품은 직선의 향연을 바라보다
김지혜 '남대문시장'


실제로 그가 찍었던 사진 속 색채들은 작품을 거듭하며 직선의 이미지로 확장 중이다. 마치 현실 속 시간의 궤적을 담은 듯한 모양새다. 사진 속 현실은 얼핏 분해되고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디지털 이미지 속 픽셀에서 뻗어 나간 직선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과 순간의 영원함을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판화를 전공한 그의 이력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작가는 "카메라를 통해 포착한 현실 속 한 장면을 숟가락으로 떠내듯 작업하는 것이 판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사진 속 선을 따라가며 순응하고, 때로는 어긋나면서 디지털과 물감의 텍스쳐를 그대로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작가는 "머무르지 않고 움직이는 현재를 통해 미래를 발견하려 한다. 앞으로도 어느 지역이 되든 내가 살아가는 곳의 공간을 기록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하는 현실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작가는 홍익대 판화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판화전공 석사, 미술학 전공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홍익대 미술대학 판화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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