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쩌다 특수교사 : 별이 된 아이

  • 박일호 작가·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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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8  |  수정 2024-05-28 07:36  |  발행일 2024-05-28 제17면

[문화산책] 어쩌다 특수교사 : 별이 된 아이
박일호 (작가·특수교사)

"딩동"

업무차 켜놓은 교내 메신저에서 학생 현황이 기록된 쪽지가 하나 왔습니다. 보통 학적에 변동이 생기면 교사들에게 알려주거든요.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쪽지를 열어보았습니다.

"○○○ 학생, 사망으로 인한 면제"

'사망'이라는 단어에 숨이 턱 막힙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갑니다.

특수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아이들의 부고를 종종 듣습니다.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들 중에는 선천적인 질병이 있거나 체력과 면역력이 약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자주 나올 수가 없어서 아예 순회 교육으로 전환해 특수교사들이 가정에 방문해서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중에서 많이 아픈 아이들은 졸업장을 채 받기도 전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감사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 많은 5월이지만, 부고를 듣고서 한 편에서 슬픔과 그리움 속에 잠겨있을 이들을 떠올려봅니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미소 지으며 수업하시던 텅 빈 책상을 마주하는 담임선생님. 때마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밥을 떠먹여주시던 특수교육실무원. 아이를 안고 부축하며 이동을 도와주시던 사회복무요원. 더 이상 탈 수 없는 휠체어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잠시 맡았던 우리의 마음도 이런데 하물며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그리우실까요.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습니다.

아이는 별이 되어 이제 하늘에서 편하게 걷고 뛰겠지요. 아니 날개를 달고 훨훨 날겠지요. 짧은 생에서의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서 아픔과 장애가 없는 그곳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애써 키우고 돌보느라 고생하신 부모님, 정말로 정말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아이의 웃음과 그 사랑스러웠던 미소, 보드라운 살결과 예쁜 목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울 것 같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다시 아이와 마주할 때 장애가 없이, 누구보다 건강하고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마주하게 되리라 믿어봅니다. 그리고 남은 생의 여정을 아이의 생을 대신한 것인 양 힘껏 살아가 봅시다.

저 또한 교정에서 만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며, 순간순간 진심으로 대해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하게 됩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의 별이 밝게 반짝이네요. 아이가 그곳에서 우리를 보며 활짝 웃나 봅니다. 비록 어버이날은 지났지만,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별을 한 아름 따다 아이의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가슴에 폭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박일호<작가·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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