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제시보다 발견

  • 이상명 연극저항집단 백치들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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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9 07:50  |  수정 2024-05-29 07:53  |  발행일 2024-05-29 제20면

이상명사진
이상명<연극저항집단 백치들 부대표>

연극 연출은 일종의 내비게이션 역할이다. 함께 하나의 지점으로 가기 위해 연출가는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나침반으로서 그들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종종 제시가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한 발견의 시작이 될 때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본인이 느낀 경험을 말하고자 한다.

때는 2018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연계 워크숍의 일환으로 '2018 서울 워크 인카운터, 예지 그로토프스키 - 토마스 리처드 워크센터'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본인은 연극의 배움에 대한 강박과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여기저기 워크숍을 다니던 시절이었다.

영어로 자기소개서와 부족하지만 간단한 연기 영상을 보냈다. 정성을 보인다면 부족하더라도 뽑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들이 나를 선택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연락이 와 최종적으로 3주간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만난 우리는 서로를 알기 위해, 그들은 우리에게 자신들의 방법론을 알려주며 함께 교감을 하였고 우리는 그들에게 사전에 각자가 준비한 짧은 독백과 노래를 하였다.

아직도 그 순간이 살면서 엄청나게 긴장되었던 순간이었다. 본인의 발표가 끝난 후 워크센터의 수장이었던 토마스 리처드가 본인에게 피드백을 해주었다. 그는 당연하게도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준비한 연기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보려고 했다.

"난 상명이 어떤 말을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거대한 문 앞에 한 명의 소년이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 영감을 토대로 함께 3주간 작업을 해보자." 토마스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평가하지 않았고, 그저 나라는 인간의 한순간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워크숍을 함께할 멘토가 정해졌다. 3주간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처음 만난 외국인과 함께 때론 서로 말이 안 통해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론 서로의 문화가 달라 이해를 하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혹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마음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며 새로운 발견의 순간의 기쁨을 얻기 위해 땀 흘리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어쩌면 연극의 작업은 제시가 기반이 아닌 발견이 기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무언가를 평가하기보다 찰나의 순간을 발견하는 것이 연극과 연극 작업의 묘미가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

이상명<연극저항집단 백치들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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