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시간을 팝니다, T마켓…5분의 자유를 1.99달러에…35년 빚진 남자, 시간을 팔다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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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31  |  수정 2024-05-31 08:01  |  발행일 2024-05-31 제16면
경제 관점서 시간 분석한 소설

주어진 삶에서 중요한 것 깨닫고

자유에 의미 부여하며 살아가야

[신간] 시간을 팝니다, T마켓…5분의 자유를 1.99달러에…35년 빚진 남자, 시간을 팔다
'시간을 팝니다, T마켓'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돈과 시간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신간] 시간을 팝니다, T마켓…5분의 자유를 1.99달러에…35년 빚진 남자, 시간을 팔다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앵글북스/186쪽/1만5천원

'시간은 돈이다'라는 금언이 있다. 미국 보스턴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성공을 이룬 벤자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다. 시간을 돈처럼 귀하게 여겨 아껴 써야 잘살 수 있다는 의미다. 시간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는 그전부터 많이 있었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건 그의 말이 처음이다.

이 책도 시간을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소설이다. 저자인 경제학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는 경제와 사람을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보고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돈과 시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현 체제 안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은 TC(Tipo Corriente)로 보통 남자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대다수 서민이 그렇듯 주택 융자금 외에도 고정적인 생활비를 감당하느라 허덕이며 산다. 이로 인해 평생 소원인 연구의 꿈도 미뤘다. 그러던 중 문득 자기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한다. '자산: 24평 아파트 한 채, 주차장 한 자리, 중고 자동차…, 부채: 이 모든 것을 갖기 위해 은행에 저당 잡힌 시간 35년'. TC는 깨닫는다. 은행 대출금을 다 갚는 35년 동안 꿈은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금언을 떠올리며 묘책을 발견한다.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시간'을 팔아 돈을 벌 수 있겠다고.

TC는 자유주식회사를 만들어 'T(Time)'라는 상품을 개발한다. 한 통에는 5분이 들어가 있다. 가격은 1.99달러. 누구나 이 한 통을 사서 열면 5분이라는 시간을 얻게 된다. T는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결국 판매 단위는 2시간, 1주일, 점차 35년까지 커지게 되면서 경제는 무너진다. 아무도 일하러 가지 않았고, 소득이 없었기에 수요도 공급도 사라졌다. 유동성도 노동력도 없는 세상이 됐다.

이를 통해 이 책은 허구적 상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장단점을 모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TC가 T를 팔기로 한 이유는 우리가 더 많은 돈을 벌려는 이유와도 같다.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T를 구매한 건 '시간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경제적 자유'와 '시간의 자유'는 긴밀히 연결돼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시간을 돈으로 환전해 주는 대가로 우리의 자유를 저당 잡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시간적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 헐값에 시간을 판 사람들은 평생을 빚에 허덕이며 시간도, 돈도 없는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렇다고 값싼 비용에 무한한 시간적 자유를 얻는다 한들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 이상적인 사회가 될 수 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이 책도 자본주의 자체를 바꾸자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오늘 주어진 24시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각자가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도록 한다.

저자는 "자유를 누리되, 자유에 의미를 부여하자"며 "체제는 개인의 시간을 부당하게 많이 빼앗아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인간에게 사랑과 인류애, 영성, 협력, 연대와 다른 이에 대한 도움을 표현할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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