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 위축된 대구부동산 시장] 대기업이 만든 미분양 무덤…대구 건설사만 휘청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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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23 19:49  |  수정 2024-06-27 11:45  |  발행일 2024-06-24
■진단 : 위축된 대구부동산 시장
<상>외지 건설사의 습격
미분양 9천667세대 중 지역 건설사 물량 고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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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대구 중구 태평로의 한 아파트 앞에 상가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 부동산 시장이 분양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좀처럼 쉽지 않다. 미분양 물량 전국 최다 오명에 더해 '준공후 미분양' 리스크, 상가 공실 문제 등 부동산 시장 환경은 갈수록 팍팍하다. 대구 부동산 업계는 시장 활황기때 외지 건설사들의 무분별한 공급이 지역 부동산 침체의 늪을 더 깊게 만든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23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9천667세대다. 이 중 지역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은 408세대(4.2%)에 불과하다. 외지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이 무려 95.8%나 된다. 대구를 '미분양 무덤'으로 만든 주범은 '외지 건설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기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총 1천510세대이다. 대다수(1천508세대)는 외지 건설사들의 물량이 다. 지역 건설사 물량은 단 2세대(0.13%)뿐이다.


이는 금융위기 후 대구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자 외지 건설사들이 물밀듯이 입성한 탓이다. 선호·비선호지역 가릴 것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공급 폭탄'을 터트렸다.


대구 광고대행사 애드메이저에 따르면 2020~2022년 대구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총 6만7천21세대였다. 이 중 외지 시공사의 공급 물량은 80.9%(5만4천226세대)였다.


화성산업·서한·태왕·동화·한라공영·동서개발·우방 등 지역 시공사 물량은 1만2천795세대(19.1%)였다. 최근 공급된 아파트 10채 중 8채 이상이 외지 건설사 물량인 셈이다.


외지업체들이 분양가를 높여 미분양 사태를 부추겼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구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지 건설사들이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땅값을 올리는 큰 몫을 했다. 정비사업은 수주를 위해 조합원에게 최대 조건을 제시하지만 이 비용은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고금리와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외면하자, 대구에선 빠른시일내 신규 주택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형 외지 건설사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만 지역 건설사와는 상황이 다르다. 대형 외지업체는 경기가 비교적 좋은 타 지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 반면 지역 건설사는 운신의 폭이 좁다. 지역 건설사가 설령 수주 기회를 잡아도 간접비 증가로 수익이 쪼그라든다.


결국 대형 외지 건설사발(發) 미분양 후폭풍을 지역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외지 건설사들이 '사고'를 치고 떠난 자리에 남아 뒷감당을 해야 하는 것은 지역 건설사"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지역 건설산업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


대구 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 사업은 지역 밀착형이자 산업 후방 효과가 큰 업종이다. 외지업체들이 마구 공급물량을 쏟아낸 것이 사실상 시장 붕괴를 초래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지자체에서 인·허가권을 통해 공급 물량을 적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지역 건설사들이 지역에서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하기 보다 유리하도록 행정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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