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서울에서 본 대구의 품격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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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24  |  수정 2024-06-24 14:00  |  발행일 2024-06-24 제22면
서울 부촌 아파트 원베일리
이례적으로 외부인 산책 가능
대구 최초 담장 허물기처럼
도시 품격은 폐쇄성을 넘어
많은 개방공간 창출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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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논설실장

일전에 이 칼럼에서도 전했지만 걷다 보면 머리 회전이 시작된다. 좋은 아이디어와 상념이 떠오른다. 몇 주 전 서울에 놀러 갔다가 밤길을 걸었다. 마침 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에 현재 서울에서 가장 핫하다는 부촌 아파트 원베일리가 보였다. 들어갈 수 있을까? 아파트는 엄청 넓었다. 단지 중앙에 큰 대로가 있다. 이례적으로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운 한강변 아파트다. 이만하면 공원급이다. 그런데 이곳은 아파트 내부 커뮤니티 시설까지 외부인에게 완전 개방한다는 조건으로 건설했는데, 막상 입주민들이 이를 반대해 말썽을 빚고 있다. 관할 서초구청은 그렇다면 보존등기가 어렵다며 압박 중이라나.

문득 대구 범어네거리의 초고층 아파트가 떠올랐다. 이곳은 중정 뜰이 넓고 아름답지만 외부인이 쉽게 출입할 수는 없다. 몇 번 들를 때마다 공개하면 좋을 텐데 그런 상념이 든다. 우리 동네, 길 건너 아파트도 늘 아쉽다. 담장 넘어 나무가 무성하다. 호기심에 걷고 싶지만, 출입카드가 있어야 한다. 물론 황금동 옛 고교 부지에 들어선 대구 최상급 아파트처럼 다행히 외부인 산책이 가능한 곳도 있다.

도시는 대체로 폐쇄적이다. 빌딩과 집과 아파트에 갇혀 있다. 그걸 얼마나 개방하고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가에 따라 도시의 품격과 여유는 달라진다. 유튜브에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개발 주민설명회에 저명 건축가인 유현준씨가 등장해 강의하는데 인상 깊다. 대충 이렇다. "넓은 산책로를 한강 쪽으로 만들어 외부 시민들과 어울려 살 수 있게 하자." 사실 대구는 담장허물기의 최초 도시였다. 그건 지금도 창의적 도시공간 정책으로 칭송받는다. 100년 역사의 고창한 경북대 의대 건물이 야간 조명을 받아 빛나는 것도 담장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강은 도시의 엄청난 공간자원이다. 미국 퀴즈쇼에 큰 강을 보유한 세계도시를 묻는 정답이 서울이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 논란 속에 새빛둥둥섬을 만들고 어느 시장 시절인지는 몰라도 한강 유람선에다 강변공원 덕에 서울은 빛이 난다. 얼마 전 금호강 하중도를 산책하다 궁금증이 생겼다. 도시 발전을 조금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공유하는 상상이다. 대구사람은 한강에 비하면 비록 작지만 금호강을 왜 도시 공간의 품으로 들여놓지 못할까. 금호강 르네상스를 역대 대구시장들이 부르짖고 있다. 금호강에도 유람선이 다닐 수 있을까.

신천을 걷고 즐거움을 낚는 시민들이 엄청나다. 한낮 35℃ 무더위를 겪은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여러 도시발전안을 만들고 발표했지만 난 신천 대봉교 상류 쪽에 곧 들어설 수영장에 나름 기대를 걸고 있다. 걸을 때마다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안전펜스 안으로 여러 번 살펴봤다. 건축미와 디자인까지 고려돼 완공된다면 신천의 훌륭한 놀이터가 될 게다.

서울과 비교해 대구의 압도적 인프라가 없지는 않다. 3호선을 꼽고 싶다. 물론 한강 철교 위를 달리는 전철도 일품이지만, 도심 주택 옥상의 지저분하나 일상의 그늘이 씌워진 풍경을 아래로 보며 약속장소로 가는 날은 저녁이 있는 삶이 된다. 3호선은 더구나 공간적으로 쾌적하다. 비인간적인 서울 지하철 밀도와는 비교가 안 된다. 대구도 괜찮은 도시다. 누가 떠나는 도시라고 하는가. 물론 떠나고 싶은 이들을 잡으려면 일자리도 좋고 공장도 기업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도시공간의 품격을 올리는 조예 깊은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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