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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길 (수필가) |
지금껏 살아오면서 잘한 일 한 가지를 꼽으라면, 글쓰기에 도전장을 낸 것이라 하겠다. 국문학 교수인 친구가 글쓰기를 해보라는 권유에 '그러마' 했지만, 마음에 담아두진 않았다. 먹고살기도 힘든 세상에 아까운 시간을 빼앗겨 가며 글쓰기에 몰두한다는 건 사치라고 여겼다.
얼마 후 그가 수강생들이 펴낸 수료 문집 한 권을 보내왔다. 작가의 다양한 경험을 녹여낸 삶의 모습이 영상을 보듯 재미가 쏠쏠했다. 글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 이듬해, 수강생으로 등록하고 수필 쓰기에 나섰다.
요즘도 작가들과 함께 매주 글쓰기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시간만큼은 긴장과 조바심이 일기도 하지만, 늘 기다려진다. 내 삶을 반추하기도 하고 문우의 글을 통해 삶의 내면을 폭넓게 이해할 기회도 얻는다.
성격이 급한 나는 가끔 상대의 말을 경청하기보다는 끊어버리고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어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하거나 무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가족과의 대화도 늘 낙제점이었다. 정치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감정이 앞서면서 언성이 높아져 자식에게는 영락없는 꼰대가 되곤 했다.
벌써 20년이 흘렀어도 아직 펜을 들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하루라도 쌓아둔 감정을 풀어놓지 않으면 마무리짓지 못한 일처럼 마음이 개운치 않다. 직장 상사로부터 오해 아닌 오해로 상처를 입었을 때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었다. 이런 날에는 심중에 담아 둔 것을 전부 토해내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곤 했다. 글쓰기를 통해 터득한 나만의 비법이었다.
나를 다스리는 대안으로 편지와 수필 쓰기를 택했다. 편지를 쓰는 동안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고 화난 표정이 담기지 않아서 좋았다. 거친 언사가 없으니 서로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게 되었다. 모나지 않고 너그러움으로 포장함으로써 시비를 원천 봉쇄할 수 있게 되었다. 수필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며 토닥여 주는 마음씨도 생겨났다. 격한 감정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평온함이 머물렀다. 평정심을 되찾은 것이라며 아내도 자식도 좋아했다.
아직도 글쓰기에 서툴다. 마음에 흡족한 글이 없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종종 맞춤법 오류는 물론이고 비문이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내민다. 그런데도 20년 동안 계속된 글쓰기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으며, 흔들리는 나를 다잡아 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멋진 벗을 곁에 두고 사는 셈이다. 독자 여러분도 글쓰기에 도전장을 내 보기 바란다.
서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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