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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욱 '코스믹 멤브레인(Cosmic Membrane)' |
아트스페이스펄은 오는 17일까지 이은욱 개인전 '아이콘(EYECON)'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작가의 초기 영상작업을 비롯해 평면작업인 '알고리즘 드로잉' '코스믹 멤브레인' 시리즈까지 총 25점 가량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명 '아이콘'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인 눈(EYE)을 통해 작품에 자신(I)의 생각을 담아낸다는 의미다.
작품 속 삼각형과 원, 그리고 가로지르는 직선들은 우주의 건축적 구조와 수학 패턴을 통해 특정 형태로 완성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가의 작품 곳곳에 눈의 형태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작가에게 중요한 상징인 '단안의 눈(single eye)'은 작가 몸의 일부로 외부 세계인 우주와의 창, 주관성의 어두운 큰 구멍(hole)을 의미한다. 또한, 화면 위 검은 선의 움직임은 매번 새로운 형태와 함께 복잡한 선의 미로 형상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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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욱 'B-rule-Gliding 2' |
얼핏 보면 그의 작품은 마치 AI가 그린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여느 작품 보다 인간의 손길이 묻어나 있다. 그의 작품들은 '디지털 시각화'라는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코딩 공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인간 창작의 영역에 대한 고민을 한껏 품고 있다. 0.01㎜ 펜으로 그린 작품 속 형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업 중 미세한 손 떨림의 흔적까지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 중 한 명인 송요비는 "이번 전시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은 물론 개인의 경험과 삶이 투영돼 있다. 특히 인간의 능력에 대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 AI와 관련된 작가의 인식이 작업에 영향을 미친 듯 하다"고 설명했다.
이은욱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을 졸업하고 런던예술대 센트럴 세인트 마틴 컬리지에서 파인아트 전공으로 석사를 받았다. 2006년 영국 런던 블루룸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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