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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DNA의 모든 것을 이토록 쉽고 재밌게 설명하다니!'는 DNA와 관련해 우리가 알아야 하면서도 궁금증을 가질 만한 지식을 담았다. <게티이미지뱅크> |
"DNA는 우리 과거에 대한 궁극적인 스크랩북과 같다."
이 넓은 세상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만은 대단하다고 믿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아를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나에 대해 자꾸만 발견하려 한다. 하지만 우리의 모습 상당 부분은 우리 몸 안에 기록돼 있다. 눈동자 색깔은 물론 목표 의식과 매운 음식을 잘 먹는지 못 먹는지까지…. 개인의 모든 특성을 DNA가 이미 결정하고 있었다면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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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트리스 지음/오지현 옮김이영일 감수/더숲/276쪽/1만9천원 |
이 책은 DNA와 관련해 우리가 알아야 하면서도 궁금증을 가질 만한 지식을 담았다. 저자인 생물학자 비어트리스는 미국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관련 용어부터 해설까지 꼼꼼히 살피면서 DNA가 하는 일은 무엇이며 우리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등을 다룬다. 생기 넘치는 빨간 머리, 완벽한 치아, 색깔을 보는 능력 뒤에 숨겨진 과학 원리 등을 설명하면서 독자가 유전학을 최대한 즐기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학을 항상 진지하게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면서, 다소 따분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흥미로운 질문과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더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우리가 지닌 조건들이 여러 유전자가 협력한 결과라고 한다. 유전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특성을 물려주는 현상인 유전을 일으키는 단위로 DNA 속에 들어 있다. 즉 우리의 조건은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받은 DNA에 영향을 받는다. 시력과 키 등 신체적 특성뿐만 아니라 정신 질환까지. 우울증이 유전될 확률은 40%이며, 부모 중 한 사람이 조현병 증상을 보인다면 자녀가 같은 증상을 보일 가능성은 49%라 한다.
다만 유전자가 가리키는 건 잠재적 상한선일뿐 실질적인 결과는 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당부한다. 예를 들어 큰 키에 대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누군가가 한창 자랄 시기에 영양상태가 극도로 나쁘다면 그의 키는 자신의 잠재적 신장 최대치에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울증도 마찬가지. 우울증이 유전될 확률이 40%라 해서 우울증 부모의 자녀들 중 40%가 무조건 우울증에 걸린다는 뜻이 아니다. 확실한 결과가 아니라 일반적인 예측일 뿐이라는 것.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DNA, RNA 유전자, 유전암호 등 어렵고 헷갈리는 용어들을 저자의 입담으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2장에선 성(性)세포의 원리, 우성·열성 등 유전자 특색, 유전자 변종이 나타나는 과정 등 유전자의 유래를 다룬다. 3장에선 우리의 특성과 DNA·유전자가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살펴보며 유전학의 오류를 바로잡기도 한다. 마지막 장에선 유전자 연구와 함께 생겨난 윤리적 문제 등 유전학을 둘러싼 최근 이슈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특히나 유전학은 어휘가 어려운 걸로 유명하다. 유전 과학에 대한 진지한 소견보다 독자를 즐겁게 하면서 유전학의 기초를 다루는 것에 목적을 뒀다"고 했다.
저자인 생물학자 비어트리스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유머 넘치는 방식으로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고등학교 생물학 교사를 거쳐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자연사박물관, 서던 캘리포니아대에서 일했으며 삽화가로도 활동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주말섹션과 연극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