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지뢰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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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29  |  수정 2024-07-29 07:03  |  발행일 2024-07-29 제23면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했다. 알다시피 인생의 정도(正道)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휴전선을 지키는 최전방 부대에선 의미가 다르다. 인생에 대한 교훈이 아니라 군인 생명과 직결된 경고다. 그 일대가 말그대로 지뢰밭이어서 길에서 이탈하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과거엔 지뢰 사고가 드물지 않게 일어났다.

필자도 군 복무시절에 우리 중대로 전출해 온 선임하사로부터 지뢰 사고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비무장지대 GP에서 근무하던 그와 분대원들은 매복 임무에 나섰는데 그날은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지름길을 택했다. 매복 지점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얼마 걷지 않아 분대원 중 한 명이 대인지뢰를 밟고 쓰러졌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선임하사는 피투성이인 부상병을 들쳐업고 죽을힘을 다해 부대까지 뛰었다. 그는 정신이 없던 와중에도 부상병의 몸이 너무 가볍다는 걸 느꼈는데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됐다. 부상병은 이미 죽은 상태에서 하반신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게해주는 이야기다.

북한이 최근 비무장지대 일대에 '나뭇잎지뢰' 수만 발을 마구잡이로 매설하고 있다고 한다. 폭우를 이용해 남쪽으로 흘려보낼 목적이 아닌지 군 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이 지뢰는 말그대로 나뭇잎처럼 생겨 육안으로 구분이 어렵고,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탐지도 어렵다. 당장 우리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 하긴 북한 자체가 국제사회의 지뢰 같은 존재니 늘 조심해야 한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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