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밸리 워터파크 전경. 영남이로 DB |
큐텐의 자회사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확산되면서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한 대구지역 판매자들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자 대상 환불 조치는 이미 개시됐지만 판매자들에 대한 정산대금 미지급 문제는 아직 시작도 못하는 상황이다.
29일 영남일보 취재결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위치한 스파밸리는 티메프로부터 워터파크와 네이처파크 티켓 판매 대금 4억5천만 원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다. 정산지연은 지난 3~4월부터 전조현상이 나타났다. 대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지 않은 건 5월 이후부터다.
스파밸리 측은 "티메프와는 결제대행사를 통해 거래를 했기 때문에 현재 밴드사와 보증보험 여부를 파악 중이다"라며 "소비자들에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티몬·위메프와 동일한 할인조건을 유지해 줬다"고 했다.
스파밸리는 다른 고객에 파급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박진석 스파밸리 본부장은 "티메프로 티켓이 취소된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은 50% 미만"이라며 "여러 채널로 티켓을 판매하고 있지만, 티메프에 불만을 가진 고객들이 다른 채널에서도 구매하지 않는 등 부정적 영향이 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해 온 대구 유통업체 A사도 미정산금 사태로 자금경색 상황을 맞고 있다. 위메프는 6~7월분, 티몬은 7월분을 정산받지 못했다. 다행히 다른 플랫폼에 비해 정산 규모는 작지만 향후 정산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A사는 "티메프는 한 달 정산이라서 네이버(일 정산)보다 피해 규모가 크다. 본사와 연락도 닿지 않아 현재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다"고 했다.
대구의 또 다른 유통업체 B사도 요즘 미정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안한 분위기를 사전에 감지해 지난달부터 물량을 줄인 덕에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판매대금 회수 여부보다 미정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셀러)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판매자가 머리를 쥐고 있다. 연합뉴스 |
군위에서 농산물제조업을 하는 박모 씨는 위메프와 티몬으로부터 판매 대금 300여만 원을 받지 못했다. 3개월 전만 해도 정산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겼지만 판매대금은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 박씨는 "소비자들은 본사에 항의할 수 있지만, 우리는 대금을 2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다"며 "300만원이 우리같은 영세 상인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하소연했다.
대구소상공인진흥공단은 지역 판매자들의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된 사항은 8월 중 공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지연 금액은 지난 25일 기준 2천134억원이다. 티몬은 1천280억원, 위메프는 854억원이다. 전체 대금정산 대상금액(일반상품 판매 75%, 상품권 위탁판매 25%) 중 25일까지 정산기일이 경과된 지연금만 추산한 것이다.
정부는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중진공·소진공을 통한 긴급경영안정자금 2천억원, 신보·기은 협약프로그램 3천억원을 포함해 총 '5천600억원+α' 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하고, 대출 만기연장 및 기술보증지원을 통해 금융애로 해소를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티몬과 위메프는 29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이 채권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 기업 회생 계획을 인가하면, 법정 관리인을 선임하고 회사 정상화 절차를 밟게 된다. 회생절차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회사는 청산에 들어간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금융 채권과 상거래 채권이 모두 동결되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당분간 대금을 돌려 받을 수 없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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