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레이더] 또 하나의 변수, 라니냐

  • 장희종 iM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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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12  |  수정 2024-08-12 08:05  |  발행일 2024-08-12 제14면

[경제레이더] 또 하나의 변수, 라니냐
장희종 (iM증권 연구원)

1951년 이래 발생한 엘니뇨 중 5번째로 강했던 엘니뇨가 지난 4월에 종료되고, 올해 늦여름부터 라니냐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APEC 기후센터의 ENSO(El Nino-Southern Oscillation) 경보 시스템은 현재 라니냐 주의(La Nina Watch)를 제시하고 있다.미국 NOAA 기후예측센터는 올 연말까지 라니냐 발생 확률을 80%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열대 동ㆍ중태평양의 평년대비 해수면 온도가 평년대비 더 따뜻하거나(엘니뇨) 더 차가워지는(라니냐)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무역풍과 해류 이동의 강약에 따라 나타난 결과로 전 지구적인 기상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니뇨 시기에 동태평양지역인 남미 해안엔 고온다습, 호주와 동남아의 서태평양 지역엔 가뭄이 나타난다. 라니냐 시기에는 남미 서안 지역에 '저온 현상'이 나타나고, 남미 곡창지대는 가뭄, 동남아·호주와 같은 서태평양 지역엔 홍수가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라니냐 최성기에 해당하는 겨울철 북반구는 유라시아 및 캐나다 북쪽 끝을 제외하곤 평균 기온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다.

올해 연말로 갈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는 라니냐와 같은 기상 변화는 농산품 가격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작년 5월 시작해 올해 4월에 종료된 엘니뇨 시기에도 코코아와 커피, 원당은 극심한 폭염, 폭우 또는 가뭄 등 기상 변화로 가격이 급등했다.

라니냐 시기엔 곡물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2010년을 전후해 옥수수와 대두 등 주요 곡물의 순수출 비중 높은 지역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로 바뀌면서 라니냐 시기에 남미 곡창지대 가뭄이 글로벌 곡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졌다. 최근 곡물 가격은 2022년 중반 고점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 라니냐 전망을 감안하면, 늦여름 예상되는 라니냐 발생 시기에 곡물가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곡물의 바이오연료 사용 증가로 대체재 관계가 높아진 에너지 가격도 주목할 만하다. 곡물가격과 유가 상승률은 1990년대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2000년대 중반이 지나면서 유사한 등락을 보이며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자동차·해운·난방용으로 혼합해 사용되는 바이오연료 사용 비중이 높아지면서 남미 곡물 작황 부진은 곡물 가격 상승과 함께 유가 반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라니냐가 발생했던 시기에 겨울에는 북미 한파가 나타났던 적이 많았다. 여름에는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에 허리케인 발생 빈도가 높았던 점도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라니냐 발생 전망은 곡물과 에너지 가격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원자재 상승은 물가부담으로 이어져 소비심리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요 위축 흐름은 결국 미 연준 금리인하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올 하반기 라니냐는 통화정책변화·미국 대선·AI 등 다양한 이슈들과 함께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장희종 〈iM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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