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진보면 세장리는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통해 쾌적하고 살기 좋은 농촌으로 탈바꿈했으며 정부에서 선정한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우수 사례에 뽑히기도 했다. |
농촌이라고 하면 흔히 노후화된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는 농촌 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 과제다. 청송군 진보면에는 농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쾌적하고 깨끗한 마을이 있다. 바로 세장리다. 인구 80여 명이 거주하는 세장리(世長里)는 이름처럼 지형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광덕산과 영등산 산줄기 사이 골짜기를 따라 마을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골짜기를 따라 마을이 길게 형성된 모습이 마치 용이 누워 있는 것과 닮았다고 하여 '누용실'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더불어 지금껏 집중호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다른 마을과 비교하면 거의 없다시피 해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주민들은 자부하고 있다. 지리적 위치도 초·중·고등학교와 면사무소, 의료기관 등이 있는 진보면 중심지와 가깝다. 차량으로 이동하면 10분 내외다. 대구, 안동, 포항 등 인근 도시는 물론 서울과 연결해주는 진보 버스터미널도 인접해 있어 시외 지역과의 접근성도 좋다.
세장리를 가면 마을 초입부터 정돈된 도로와 돌담이 찾는 이들을 반긴다.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산뜻한 건물들이 종종 보이고 허물어져 가는 오래된 주택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한 이미지를 준다. 이러한 마을을 만들기까지 청송군과 주민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세장리는 몇 년 전만 해도 여느 농촌 마을처럼 낙후돼 있었다. 청송군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생활여건 개조사업 등을 펼쳤다. 군은 사업을 진행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마을 발전을 꾀했다. 마을회관에서 설명회 및 회의를 진행하는 등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요구 사항을 청취했다. 그 결과 지금의 쾌적하고 깨끗한 세장리가 만들어졌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산소 카페 청송 일곱 번째 이야기는 깨끗한 마을로 탈바꿈한 세장리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의 스토리다.
청송군 진보면 세장리 마을회관(위쪽부터), 담장, 교량. 주민들은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으로 마을이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마을에 대한 애착심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
◆낙후된 마을서 살고 싶은 마을로 변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은 농어촌 지역 중에서 주거 공간이 열악하고 안전과 위생이 취약한 지역의 생활여건을 개선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세장리는 2015년 사업에 선정돼 2018년까지 생활여건 개선에 나섰다. 이 사업을 통해 마을 경관 정비 등 주민 숙원 사항들을 해결했다. 세장리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 중 3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전형적인 농촌 고령화 마을이다. 이에 주택 및 공·폐가의 건축물 노후화가 심각했다. 공·폐가는 각종 해충 서식 및 쓰레기 무단투기 장소로 이용되고 있어 마을 경관을 심각하게 해쳤다.
청송군은 먼저 낡고 허물어져 가는 빈집을 철거했다. 오래된 지붕도 교체했다. 마을 주택 상당수가 여전히 1급 발암물질 성분인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으로 되어 있어 지붕 개량 작업은 필수였다. 또, 마을에는 재래식 화장실도 제법 돼 평소 마을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을 겪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정비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담장으로 인해 보행자 안전도 위협받고 있었다. 마을 안길 담장은 곳곳이 15~30도 이상 기울어져 있는 등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목재 및 철제 기둥으로 받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기존 담장을 철거하고 새로운 담장을 설치했다.
주민추진위 구성 지자체와 지속 소통
노후 담장·교량·빈집 철거하고 신설
숙원사업이던 상하수도 시설 정비도
"외지 사는 아들딸들이 와보고 좋아해"
오래된 교량도 정비에 나섰다. 마을 경로당 인근 교량의 경우 노후화돼 장마철 수량 증가 시 침수 및 교량 파손 위험 등 안전상의 문제가 제기돼 이를 허물고 신설했다. 농업폐기물 수거장도 2곳 조성했다. 주민들의 이용이 많은 경로당 주변에 폐비닐 등과 같은 농업폐기물을 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담당하는 경로당도 정비했다. 지붕 누수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어서다. 주민 모두가 사용하는 공동급식 시설도 시설물이 부족하고 건물 내·외벽 보강 등이 필요해 리모델링 했다.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를 위해 마을 공동시설 3곳에 소화전도 설치했다.
마을의 가장 큰 숙원 사업이었던 상·하수도 정비도 이뤄졌다. 세장리 마을은 석회질 성분 함유량이 높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하수를 끓여도 석회질 함유량이 많아 식수로 사용하기 적합하지 못한 실정이어서 개선이 시급했다. 기초적인 생활여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황이었다. 안전한 식수 확보를 위해 지방 상수도를 연결하여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했다. 하수도의 경우 노후화되고 신규 전입한 7세대에 하수도관이 연결되지 않아 이를 교체하고 하수도관을 연결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세장리는 쾌적하고 살기 좋은 농촌으로 탈바꿈했으며, 정부에서 선정한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우수 사례에 뽑히기도 했다.
◆주민주도형 사업으로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다
"마을 발전을 위해 주민들이 똘똘 뭉쳐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더욱 단합되고 화합하게 됐어요."
이주용 세장리 이장이 사업을 추진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한 말이다. 이 이장은 생활여건 개조사업으로 마을이 쾌적해진 것도 있지만 마을 주민들 간에 정이 더욱더 끈끈해졌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사업이 추진되는 동안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마을 발전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2015년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원회는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자체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이들은 사업 진행 과정 중 발생한 사항과 사업내용 검토 등을 위해 틈틈이 회의를 진행하여 주민 수요에 맞게 사업이 진행되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주민역량 강화 사업도 마을 발전과 단합에 기여했다. 먼저, 전문가 초청 교육이 진행됐다. 사업의 필요성과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의지를 높이는 등 주민 역할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도 펼쳐졌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선진지 견학도 추진했다. 주민들은 국내 다양한 지역을 둘러보며, 성공 사례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소통하는 등 견문을 넓혔다. 일본 선진 사례지도 탐방해 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했다, 선진지 견학을 통해 배워온 것은 사업에 반영하는 등 주민주도형 사업으로 진행됐다.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청송군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 시행 전과 후로 나눠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사업 전 항목별 만족도의 전체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43.8점이었으나, 사업 후 만족도 평균은 91.8점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항목별을 보면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물음에 사업 전의 경우 100점 만점에 평균 45.4점이었으나, 사업 후 90.9점으로 나타났다. 사업 후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항목은 주택 정비(슬레이트 철거 등)가 98.9점으로 가장 높았다. 사업을 주관해 추진한 주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70%가 '추진위원회'라고 응답했으며, 25%가 '마을 주민', 지자체는 5%로 집계돼 대체로 마을 주도적으로 사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증빙했다.
추진위원회 활동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주민 의견을 수시로 물어보고 수렴하였다'( 98.3점)가 가장 높았으며, '추진위원회가 사업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편이었다'( 95.5점), '주민의 반대 의견에 대하여도 합리적으로 처리했다'(93.3점), '마을 발전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89.5점) 등 순이었다. 사업 추진 시 주민 의견 수렴 및 반영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서는 '매우 잘했다'가 94.7%로 가장 높았고, '잘했다' 5.3%였다.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다른 마을에도 추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필요하다' 68.4%, '필요하다' 31.6%로 조사됐다.
실제로 사업이 바꿔 놓은 것은 세장리의 생활 환경만이 아니다. 주민들은 사업에 대한 만족은 물론 마을이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마을에 대한 애착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특히 외지에서 찾아오는 자녀들이 더욱 만족감을 느끼며 좋아한다고 했다. 낙후된 마을에서 벗어나 쾌적한 환경으로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주용 이장은 "경로잔치 등 마을에 행사가 있으면 주민 90% 이상 참여할 만큼 화기애애한 마을"이라면서 "앞으로도 화목하고 정겨운 마을, 분쟁 없고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마을 발전을 위한 수익사업을 발굴하는 등의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글=유병탁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박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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