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
#수에즈운하 선박 좌초 = 2021년 3월23일 길이 400m, 너비 59m 규모에 2만388TEU를 적재할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에버기븐'호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됐다. 통행 정상화까지 걸린 7일 동안 시간당 약 4억달러(약 4천500억원) 규모의 물류 운송이 지체됐고, 글로벌 해상물동량의 약 12%가 정지됐다. 선박 1척이 일으킨 사고 치고는 피해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세계 해운업의 고속도로'로 불리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은 하루 평균 50척을 웃돈다. 사고 직후부터 선박 운항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유가 폭등과 불안심리가 작용하면서 글로벌 물류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홍해 사태 =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해 12월 홍해를 지나는 유조선 등 민간 선박을 잇따라 공격하면서 글로벌 물류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국적의 HMM을 비롯, 세계 10대 해운사 가운데 9개 사가 홍해 항로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최남단으로 우회하고 있다. 남아공 희망봉 노선으로 운항하면 기간은 7~10일 늘어나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보다 약 9천㎞를 더 돌아가게 된다.
수에즈운하로 통하는 주요 관문인 홍해 사태 장기화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대체 노선으로 '북극 항로'가 떠오르고 있다. 북극 항로는 홍해 항로 대비 운항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일부 선사가 북극 항로 운항에 뛰어들고 있다. 해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초 중국 상하이 인근 항구를 출발한 중국 선사 '뉴뉴쉬핑'의 1220 TEU급 컨테이너선 '신신하이 1호'는 최근 베링해협을 지나 북극해로 진입했다. 신신하이 1호는 쇄빙선과 함께 운항 중이며 이와 비슷한 선형의 '신신하이 2호'도 현재 베링해협으로 향하고 있다.
홍해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싱가포르~유럽 노선의 경우 왕복 기준 90일이 소요됐으나 홍해 사태 이후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최대 110일까지 운항 기간이 늘어났다. 반면 북극 항로는 약 70일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수송 거리를 40% 정도 줄일 수 있다. 비용 역시 절감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빠르게 녹기 시작하면서 북극 항로 상용화 시기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의 기온 상승은 지구 전체 평균보다 3배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북극의 빙하는 매년 최고 해빙률을 경신하고 있을 정도다. 관련업계에서는 2030년쯤이면 최대 1.22m 두께의 얼음에서도 운항이 가능한 쇄빙 화물선들이 북극항로를 다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45년부터는 일반 화물선도 북극점을 지나 항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북극항로는 포항 영일만항에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컨테이너부두 항만이지만 물동량 부족으로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일만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대북방 관문항'이라는 개항 초기의 청사진대로 북쪽을 지향해야 한다. 그곳에는 석유와 천연가스(LNG 포함) 등 에너지 자원과 광물자원 그리고 무역·물류 루트가 있다. 지금부터 포항은 무엇을, 어떻게, 어디로 보내고 받아야 할지를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러시아나 중국 등 잠재적 파트너들과 소통하면서 활성화 방법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마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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