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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경 (이선경가곡연구소 대표) |
가곡을 만났고 가곡을 좋아했고 가곡이 내 일이 되었다. '덕후'라는 표현이 맞겠다. 좋아해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하다 보니 어느새 가곡연구소라는 거창한 이름도 갖게 됐다.
초등학교 합창단에서, 중고등학교 음악책에서 만난 가곡이 내 인생의 길이자 동반자가 될 줄 몰랐다. 난 그저 노래가 좋았고 음악이 좋았으며 무엇보다 사람이 좋았다. 지금도 변함없이 그렇다. 돌아보면 순탄치 않은 굴곡진 삶에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용기를 내어 시작한 음악 공부 덕분에 가곡에 더 많은 애정을 갖게 됐고 어려운 이들에 대한 마음과 시선도 달라졌다.
2015년 성악가 남편과 함께 대구가곡사랑모임(대구가사모)을 시작했다. 가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아름다운 가곡을 함께 부르고 독창 발표도 하는 시간으로 누가 참여할지도 모르고 몇 명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게릴라 콘서트이다. 감사하게도 올해로 10년째 이어가고 있다. 첫 시작은 남구 대덕문화전당의 생활문화센터였으나 이듬해 예수성심시녀회가 운영하는 남대영기념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소를 옮긴 가장 큰 이유는 남대영기념관의 수익금 전액을 복지사업으로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대구가사모의 대관비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처지의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전달하기로 관장 수녀님과 약속하고 새 보금자리에서 대구가사모를 이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가곡을 더욱 알리고 싶어 시작했지만 내가 부르는 노래가 이제는 '세상을 바꾸는 노래'가 되었다. 처음 남대영기념관이라는 멋진 공간을 소개해 주셨던 부부, 미리 오셔서 현수막도 달고 의자도 놓고 오시는 분들을 미소로 맞이해주시는 자원봉사자분들, 정성을 다한 무대로 깊은 감동을 주시는 출연자분들, 주말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참여하시는 시민분들이 있으셨기에 대구가사모가 존재할 수 있었다.
대구가사모는 가곡을 좋아하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무대 출연도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 3시, 남대영기념관 빠리니홀에서 열리는데, 유난한 혹서로 인해 올여름은 8월까지 잠시 쉬고 가곡의 계절 가을인 9월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대구는 최초의 한국 가곡을 탄생시킨 곳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악도시다. 전국에서 가곡 클래스 및 가곡동호회가 가장 활발한 곳 역시 대구다. 가곡을 즐기는 비중이 전체 인구의 0.3% 정도라 하지만 공연 및 TV, 매체 등에서 우리 가곡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편성하고 개발하여 한국 가곡이 국민애창곡으로 오래오래 널리 사랑받기를 가곡연구가로서 진심으로 소망한다.
"두 달간 지면을 통해 가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뜻깊었습니다. 가곡의 아름다운 파동이 여러분을 공진(共振)하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리라 믿습니다. '인생은 예술같이 예술은 인생같이' 가곡을 사랑하시는 여러분을 가까이에서 늘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이선경<이선경가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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