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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지 지음/장한라 옮김/엘리/272쪽/1만7천원 |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가로 꼽히는 고은지의 첫 소설. 그는 드라마 '파친코'의 작가진 중 한 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출간된 그의 첫 소설 '해방자들'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아픔과 희망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한 가족의 역사를 담았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1980년 대전에서 시작된다. 군부독재와 계엄령의 시대, 혼자 딸 인숙을 키우던 요한은 공산주의자라는 혐의를 받고 교도소로 끌려가 죽는다. 인숙은 성호와 결혼하는데 성호는 임신한 인숙을 어머니와 남겨두고 미국으로 떠난다. 인숙은 시어머니 후란의 시집살이를 견디며 삶을 이어간다. 아들 헨리가 태어난 후 인숙은 남편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한다. 미국에서 후란은 아들 성호와 며느리 인숙 사이를 질투하는데, 성호는 고부갈등을 외면하고 일터로 간다. 인숙이 일터에서 만난 사업가 로버트는 외로운 인숙을 위로하고 헨리를 돌본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헨리는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는 사람이 된다.
작품 배경은 미국 캘리포니아가 주를 이루지만, 이들을 옭아매는 고통은 자신의 조국이다. 국가가 겪은 수십 년간의 점령, 전쟁, 분열이 개인의 삶에도 상처로 새겨져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 파괴와 상처가 한국인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신념이나 세대를 이유로 서로를 향해 경계를 세우던 이들은 결국 화해와 화합이라는 길에 다다른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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