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 2024년 여름

  • 고경아 시인·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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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05  |  수정 2024-09-05 07:39  |  발행일 2024-09-05 제14면

고경아
고경아 (시인·경영학 박사)

영화 '지오스톰(Geostorm)'에서 주인공 제이크 로슨은 "우리는 신을 대신해서 날씨를 통제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때로 신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라고 기후 위기에 대한 고뇌를 드러낸다.

올여름은 유난하다. 기후 재앙의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는 1.5℃ 상승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해수면은 뜨거워지고, 바다는 마치 거대한 가마솥처럼 끓어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가올 여름 중, 지금이 가장 시원할 것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예측을 내놓는다. 이상 기온이 더 분명해질 것이라면 지구와의 새로운 거래를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지겹고 무더운 더위에 잠은 얕아지고 피로가 쌓여간다. 작은 일조차 버겁다. 얼마 전, 집 근처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구겨진 치마를 걸치고 대충 묶은 머리에 슬리퍼를 끌며 나갔다. 지인들이 아픈 건 아닌지 물었다. 꽃단장이 귀찮아진다는 선배의 이야기는 슬프게도 필자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작은 비명들을 조금씩 내비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뜨뜻미지근했다. 기후 위기의 어려움을 인식하지 못했고, 상처받는 지구에게 미안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아니 예고된 위기 앞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육류의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28배나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달콤한 고기 한 조각으로 지구가 눈물을 흘려서야 되겠는가.

무분별하게 버려진 플라스틱 제품들이 북태평양에 커다란 쓰레기 섬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 또한 갑작스레 날아든 비보는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일이었다. 필자의 플라스틱 애착도 언젠가는 지구를 검게 뒤덮어 버릴 것만 같다. 변화가 필요하다. 이 너절하지 않을 책임들은 "지구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단계로 가고 있다"라는 멜리사 라젠비 박사의 우려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잘 살아야 한다. 맑은 세상에서 편한 숨을 고르며 말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대프리카의 명성이 점점 시들해져 간다는 소식이다. 도시 곳곳에 심어진 나무들이 꾸준하게 열섬 효과를 줄여나간 덕분이 아니겠는가. 아름다운 대구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여름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유난히 더위를 타는 친구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겠다는 전화를 걸어야겠다. 친구는 말할 것 같다. "우리가 함께라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고경아〈시인·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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