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졌던 서문시장 2지구 생선가게 비위생 점포 상인이 현 2지구 지하상가 상인회장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영남일보 취재진이 해당 상가를 방문했으나 영업을 하지 않았다. |
최근 불거졌던 서문시장 2지구 생선가게 비위생 점포(영남일보 9월 12일자 8면 보도) 상인이 '2지구 지하상가 상인회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2지구는 그동안 층별로 상이한 방식으로 운영됨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정관 등의 이유로 해당 상인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서문시장 2지구 등에 따르면 최근 버려진 얼음을 재사용하는 것으로 논란된 생선가게 상인은 현 2지구 지하상가 상인회장으로, 지난 2013년부터 10년 넘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엔 '2지구 대표회장'까지 맡은 바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충격적인 대구 서문시장 얼음 재사용'이라는 글과 영상에서 비롯됐다. 영상에 등장한 한 상인이 누군가 먹다 남긴 음료를 배수구에 부은 뒤 얼음만 골라내 생선 위에 올리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누리꾼들의 큰 공분을 샀다.
소식을 들은 서문시장 상인들도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서문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추석이 다가오는데도 장사가 안 돼 죽을 맛인데 이 소식을 듣고 굉장히 화가 많이 났다. 극소수의 상인 때문에 그간 깨끗이 관리해 온 서문시장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심지어 상인회장이란 사람이 이런 짓을 하다니 더욱 기가 막힌다. 서문시장상인연합회나 2지구 차원에서 해당 상인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서문시장상인연합회와 2지구는 사과와 함께 위생 관리 등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박종호 서문시장상인연합회장은 "연합회도 지난 5월 이 사안을 알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공문을 2지구에 보냈다. 연합회장이라 2지구에 직접적인 제재를 취할 순 없지만, 간접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그간 최선을 다했다"며 "전국 3대 시장이라 불리는 서문시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시민들에게 사과드리고 죄송스럽다"고 해명했다.
다만, 상인연합회나 2지구가 해당 상인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력한 처벌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2지구의 경우,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구성된 건물인데, 총 1천500여 명의 상인이 있다. 지난 2005년 화재가 발생하기 전부터 2지구는 층별로 '상인회장'이 있었고, 이 관행은 2지구 건물을 새로 지은 뒤에도 유지되고 있다. 층마다 비공식적인 상인회 운영과 정관이 별도로 마련돼있고, 각 층 상인들은 관행처럼 따르고 있어 2지구 대표 정관이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대구 중구도 등록된 정관이 아닌 다른 정관을 적용할지라도 법적인 제재 등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구에 따르면 구청에 등록된 서문시장 관련 정관은 대구서문시장연합회, 1지구 1·2층, 2지구 종합상가, 4지구, 5지구, 건해산물상가, 명품프라자, 아진상가 등 총 9개다. 상가별로 1개의 정관이 등록돼있었으며, 2지구의 공식 정관도 1개다. 다만, 법적으로 등록된 정관만 따라야 한다는 조항이 없어 2지구와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구청 차원에서의 제재도 어려운 상황이다.
2지구 관계자는 "2지구 전체 정관 제9조 5항에 따르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상인회의 신용과 명예를 크게 상실케 하거나 상인회의 재산에 손실을 초래한 자'는 회원의 자격과 권리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관이 오랜 관행 등을 이유로 제대로 적용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2지구 대표회장, 대표 정관이 있어도 2지구 상인 간의 단합과 제재가 어려운데, 이번 사건이 이를 보여준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영남일보 취재진이 논란이 된 상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상가를 방문했으나 영업하지 않았고, 수차례 연락에도 끝내 닿지 않았다.
글·사진=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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