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만남은 청춘 동아리에서 운명적으로 이뤄졌어요. 아내를 쏙 닮은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경북 상주에 신혼집을 마련한 정중호(37)·이윤정(32) 부부는 지자체가 추진하는 만남 주선 사업으로 결혼에 성공했다. 2022년 10월 경북도가 진행한 '경북 청춘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1년 6개월 간 사귀다 올해 5월 부부가 됐다.
상주에서 공직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 부부의 만남은 청춘 동아리 취미 활동에서 시작됐다. 정씨는 울진에서 요트를, 이씨는 김천 요리 동아리에 참여했다. 시작은 엇갈렸지만 둘은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3일 상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동아리 둘째 날 기상이변으로 요트 프로그램이 취소돼 남편이 요리 동아리에 합류하게 됐다"면서 "우연히 남편의 옆자리에 앉게 됐고 그날 전화번호를 교환한 것이 연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우연히 청춘 동아리를 알게 돼 참여하게 됐다"며 "'나는 솔로'같은 연애 프로그램을 생각했는데 만남이 자연스러워 놀랐다"고 했다.
청춘 동아리는 경북도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경북 전역에서 요리와 공예, 요트 등의 모임 활동을 하고, 마지막 주에 기수별 워크숍을 열어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행사다. 소개팅과 같은 인위적인 만남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임을 추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청춘동아리 참여율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신청자가 없어 미달이었지만, 올해는 남자 14대 1, 여자 3.4대 1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2022년부터 청춘 동아리 커플들의 결혼 소식이 이어지면서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 청춘 동아리 매칭 커플 중 실제 결혼한 커플은 2022년 4쌍, 2023년 2쌍이었지만 올해는 벌써 4쌍이 결혼에 성공했다. 경북도가 프로그램 운영 6년 만에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이 씨는 "신분이 보장된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동아리에 참여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교감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욱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가 주도한 만남 주선 사업은 기초 지자체까지 확산하고 있다. 올 들어 포항, 경주, 안동, 구미, 고령, 칠곡, 봉화, 울진 등 7개 시·군이 유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캠핑이나 요리 등 동아리 활동은 물론 최근에는 단기 체류형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당장 경북 봉화에선 이달 중순 청춘 남녀 40명을 대상으로 1박 2일 매칭 캠프를 실시한다. 비슷한 시기 울진에서도 '1박 2일 함께 인연 캠프'가 열린다. 관련 지자체에서 거주하거나 재직하는 인원을 우선 선발하기 때문에 인구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북도는 지자체 주도 만남 주선 사업이 국내 저출생 극복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경희 경북도 저출생극복사업팀장은 "만남 주선 사업이 결혼으로 이어지고 있어 고무적"이라며"만남이 결혼, 출산까지 이어지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 저출생 극복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