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변화를 마주하다

  • 권은용 예술학 박사·성균관대 겸임교수·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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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25  |  수정 2024-11-25 08:12  |  발행일 2024-11-25 제16면

[문화산책] 변화를 마주하다
권은용 <예술학 박사·성균관대 겸임교수·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장>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에 대한 관심 덕분에 요즘 부쩍 포럼이나 학회에 발표자 또는 토론자로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두 개의 학술행사에 다녀왔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행사였지만 고민의 방향이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어 지면을 빌어 이야기하려 한다.

첫 번째 행사는 행복북구문화재단이 개최한 문화예술 포럼이었다. 대구 삼성창조캠퍼스에서 열린 이 행사는 아트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개최되었는데, 극장관계자, 미술관 관계자(필자), 작가, 그리고 연구자가 발제자로 기술과 예술의 접목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각 분야에서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두 번째 행사는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박물관협회의 2024년 추계학술대회로 박물관의 경계와 확장성을 주제로 국가유산과 박물관의 역할, 박물관에서의 교육, AI 도입에 따른 전시의 변화, 박물관의 역할 확장이 공간구성에 미치는 영향 등이 논의되었다.

두 행사의 성격과 대상 논의의 방식은 달랐지만 동일하게 제기되었던 화두는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술의 변화는 전시, 공연을 기획하는 방법, 관람객과 소통하는 방법, 창작의 방법, 예술을 교육하고 알리는 방법에 변화를 가져온다. 기술의 변화 뿐이랴, 노령화와 출생률의 변화를 비롯한 사회·정치·경제적 변화들이 발생하고 문화예술 기관은 사회와 관계맺는 유기적인 존재로서 변화에 대응한다.

어느 때보다 변화는 빠르고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각자에게 다른 속도로 다가온다. 미술관의 예를 들면, 관람객 중 누군가는 챗 지피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반면 여전히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시와 교육에 가상공간을 적용하는 사례들이 증가하지만 동시에 온라인 예매를 힘들어하는 관람객들도 있다. 한 주일에 한 번은 버츄얼 뮤지엄이나 온라인 교육, 디지털 트윈을 제안하는 제안서들을 받게 되는걸 보면 산업에서의 대응도 이미 바쁘게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술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오히려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은 미술관의 본원적인 역할이다. 우리가 해야하는 역할은 무엇이고 우리는 왜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가. 우리가 소통하는 대상은 누구인가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고민에서 분명 새로운 가능성이 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화는 어떤 사람에게는 위기이고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기회이다. 다양하고 섬세한 노력, 본질에 대한 고민으로 우리 모두가 이 위기를 기회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권은용 <예술학 박사·성균관대 겸임교수·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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