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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정재 의원등 중진 의원들이 2일 오전 비상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의장실을 방문, 우원식 의장에게 감액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도 극심한 여야 대립으로 인해 2025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기게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 강행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 상정을 미루겠다고 2일 밝혔다. 단 여야에 오는 10일까지 예산안을 협의해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의결한 예산안이 본회의에 부의돼 있지만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 의장은 "현재로선 예산안 처리가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여야 정당에 엄중히 요청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우 의장은 여야가 예산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충실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진지하고 성의 있는 논의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인 만큼 합의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우 의장이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으면서 2025년도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2일)을 또다시 넘기게 됨에 따라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 의장의 당부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야당의 일방적인 예산안 강행 처리에 여당에서 사과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예결위에서의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와 철회가 우선"이라며 "아니면 어떤 협상도 임하지 않는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실제 우 의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여야 원내대표와 예산안 관련 회동을 추진했지만 추 원내대표의 거절로 무산됐다. 대신 추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해 우 의장에게 예산안 국면에서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요청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수석 대변인은 항의 방문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감액 예산안 일방 처리에 대해 민주당이 사과하고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며 "협상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우 의장이 예산안 상정을 연기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를 향해선 적반하장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감액 예산안을 반대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며 "애초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초부자감세를 위한 예산이자 민생과 경제, 미래 대비에 관심이 없는 민생 포기, 미래 포기 예산"이라고 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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