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고경아 시인·경영학 박사 |
봉사 모임에서 강연을 한 날이었다. 강연이 끝나자 "멋지세요" "예쁘세요" 같은 말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이 무슨 지나친 찬사인지. 그러나 그것은 마치 꽃비와도 같았다. 설령 지나가는 말일지라도 필자의 입꼬리는 이미 귀 언저리까지 올라가 있었고, 기분 좋은 파티에 온 듯했다. 그러나 따끈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데 왜 이 일을 하세요?" 누군가가 훅 던져버린 말. 그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으니.
아, 필자의 귀에 깊숙이 꽂혀 버린 그 한 마디, '그런데.'
강연의 주제는 후원이었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희망과 꿈,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가난이 주된 내용이었다. 참석한 사람들의 눈이 반짝이길래 겨우 이야기는 마음에 닿았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그런데'라는 질문이 던져지자 순간 아무런 답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런데 왜 이 일을 하는 거지? 그런데, 왜?' 가슴에 툭 떨어진 그것.
우선, 질문에 겸허해야 한다. 질문에 대한 답이 필자의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면, 다른 누군가의 가슴을 울릴 리 없기 때문이다. 의무감을 넘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답이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질문에 대한 시작점이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리더로서의 자질이 아니겠는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마음이, 마음이 아파요. 아이들을 떠올리면 슬픈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요. 아이들이 다만 울림인 거죠. 그래서 아름다운 일인 것 같기도 해요. 동행하시겠어요?" 어설픈 대답임이 분명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상황에 공감하고,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후원을 하지요." 봉사회 회장님처럼 잘 다듬어진 세련된 어투로 왜 답변하지 못했을까.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있는 일보다 왜 늘상 우위에 있는 것일까.
다행히 그날, 후원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많았다. 질문을 던졌던 사람 역시 남아 있던 의문이 풀렸다며 후원을 결정해 주었다. 무언가가 모두를 흔드는 듯했다. 그 무언가는 마치 무지개를 머금은 다채로운 빛처럼 신비로웠다. 그것은 곧 울림이었다. 돌아오는 길 내내 그것을 꼭 품은 채 놓을 수 없었다. 이튿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지금에도.
우리는 늘 어렵다. 때로는 알 수 없는 회한에 잠기기도 한다. '그런데'에 대한 뚜렷한 이유를 선뜻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 일이 왜 그토록 아름다운지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고경아 <시인·경영학 박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