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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희(행복북구문화재단 문화기획팀 PD) |
곧 방학이다. 나에게도 방학이 있었다. 수많은 방학의 기억 속에 잊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일기 쓰기 숙제를 했던 때이다. 개학을 앞두고 몰아서 일기를 쓰던 기억은 다들 있지 않을까.
나 역시도 매번 개학을 앞두고 일기를 몰아서 쓰곤 했다. 친구에게 전화해 무슨 요일에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서로 맞혀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던 내가 요새 다시 일기를 쓰고 있다. 처음 시작은 육아 일기였다. 우리 아이와 함께 보낸 하루를 기록하고 싶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나의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로 바꿨다. 하루의 끝에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기를 쓰면서 달라진 점은 분명하다. 우선 나를 돌아보게 됐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오늘 힘들었다' '오늘 즐거웠다' 정도로 정리되던 하루가 '오늘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느 대목에서 내가 기분이 좋았다'로 조금 길게 정리가 됐다. 더불어 내가 오늘 누군가에게 했던 말들이 어떤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변화는 기억력이 꽤 좋아졌다는 점이다.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조금 더 꼼꼼하게 하루를 돌아보게 됐다. 출근길에 들은 노래는 무엇이었는지, 그 노래가 나에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등 온전한 하루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정서적으로도 큰 안정을 찾았다. 쉽게 상처받는 성격인 내가 일기를 쓰면서 많이 바뀌었다. 손으로 직접 쓰니 상처받은 일이 사실 별일 아니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목표가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내일은 무엇을 꼭 해야겠다' '다음 주에는 반드시 아이와 어디를 가겠다' 등 사소한 것이지만 목표가 분명해졌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계획할 수 있게 됐다.
육아를 위해 시작한 일기가 어느덧 나를 위한 나의 오늘을 위한 일기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맡은 일에 대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기록이 돼가고 있다. 오늘 일기를 한 번 써 보는 건 어떨까. 한 줄로 시작한 일기가 어느덧 한 페이지로, 한 권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주희<행복북구문화재단 문화기획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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