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원로 연극인들이 풀어내는 인생의 아름다움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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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2  |  수정 2025-02-12 08:08  |  발행일 2025-02-12 제18면
인연의 소중함 그려낸 '복사꽃…'

굴곡 속 여인들의 이야기 '화전가'

대구문예회관 14~22일 금·토 공연

대구 원로 연극인들이 풀어내는 인생의 아름다움
연극 '화전가' 출연진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1 "저래 누구나 다 아는 연분홍 봄꽃들이 지 빛깔을 다 해가면 송화가 피기 시작하지. 이게 이래 날리면 솔 꽃이 핀 걸 알지, 그것도 꽃이거든. 꽃은 지고 다시 피고…." 경주 외곽 50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가 있다. 어느 날 이 부부의 아들이 갑작스레 찾아오게 되고, 아들은 고향 집에서 자신의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이웃 서면댁과 치매에 시달리는 만식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이들의 살아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시간 속에 우리가 있는 게 아니라 인연이 만들어가는 게 시간이더라."

#2 "요맘때 봄, 채리 입고 나가 꽃도 보고 노래도 하는 기이다. 일 년에 딱 하루. 화전놀이."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두 달 전인 4월. 경상도 안동 반가(班家) 안주인 김씨 부인의 환갑을 맞아 서울 사는 딸 세 명이 내려온다. 남편 없이 시어머니와 살고 있는 두 며느리. 집안 일을 도와주는 할매와 그의 수양딸까지 9명의 여인이 대청마루에 모여 울고 웃고 떠드는 하루 반나절. 이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는 시대의 요동이 담겨 있다.

대구 원로 연극인들이 풀어내는 인생의 아름다움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출연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대구문화예술회관이 '2025 아츠스프링 대구 페스티벌 - 원로연극제'를 통해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와 '화전가(花煎歌)'를 무대에 올린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14(금)~15일(토) 대구문예회관 비슬홀에서, '화전가'는 21(금)~22일(토) 대구문예회관 팔공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아츠스프링 대구 페스티벌 - 원로연극제'는 원로배우가 주축이 돼 2년마다 열리는 대구 유일의 원로연극제로 올해 2회째를 맞는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손기호 작, 정철원 연출)는 40년 이상의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홍문종, 채치민, 이송희 등이 출연한다.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작품에 나오는 노부부의 일상은 우리의 자화상처럼 느껴지고, 각 등장인물의 관계와 평범한 가족의 일상 통해 소소한 재미와 행복, 그리고 피어나는 정(情)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화전가'(배삼식 작, 김미정 연출)는 대구 연극계의 대표 원로배우 이경자, 김미향이 김씨 부인과 독골할매 역을 각각 연기하며 극을 이끌어 나간다. 대구의 20~60대 여성 연극인들이 만드는 첫 번째 작품으로 여성 연극인들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떠난 남자들. 남자가 없는 집안을 지켜내기 위해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수고와 인내, 미덕을 예찬한다. 역사의 굴곡 속에서도 화전놀이를 통해 인생의 꽃 같은 시절을 추억하며 희망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통해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 공연. 전석 2만원. (053)430-7667~8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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