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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던 중 야당의 고성 섞인 야유에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정 혼란의 주범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목하며 날을 세웠다. 전날 '성장과 회복'에 집중한 메시지를 낸 이 대표와 달리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이 대표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결집한 보수 지지층과 향후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치였지만,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 봐야 한다"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의 29번 탄핵을 비롯해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 등을 언급하며 "의회 독재의 기록이자, 입법 폭력의 증거이며, 헌정 파괴의 실록"이라고 규정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 대표의 방탄"이라며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의 형이 확정되기 이전에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이 이어지는 불행한 정치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분권형 개헌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헌이라고 확신한다"며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최대 현안인 추경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지만 분명한 원칙과 방향이 필요하다"며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 회복·취약계층 지원·인공지능(AI)을 비롯한 산업·통상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분기 본예산 조기 집행 후 추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날 발언에 따르면 추경을 고려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의 연설에 민주당은 "10글자 사과와 34쪽의 거짓과 궤변, 한마디로 여당 포기 선언문"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모두가 국정농단과 내란 사태로 인한 국정 혼란과 민주주의 후퇴, 민생 파탄이라는 본질을 흐리기 위한 궤변과 꼼수"라며 "연설을 보면 마치 민주당이 여당이고 이 대표가 대통령이었던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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