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외도’한 배우자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60대 항소심서 감형 왜 ?](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2/news-p.v1.20250220.16307fa7992248e496a60e453342e384_P1.jpg)
대구고법. 영남일보 DB
지난해 3월 25일 오후 2시. 경북 청도에 한 섬유공장 내 주거지 안에서 한 남녀가 옥신각신 다퉜다. 이 공장을 운영 중인 A(63)씨가 '보험 금액' 확인을 이유로 20년 가까이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에 있던 40대 여성 B씨에게 휴대전화를 잠깐 보여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한 것. 이에 수상함을 느낀 A씨가 B씨 휴대전화를 빼앗아 메시지 대화 내역을 확인하던 중, B씨가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한 것은 물론, 몰래 7천만원 상당의 대출까지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A씨는 약 2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B씨를 구타했다. 청소기 봉으로 B씨의 신체 부위를 수 차례 때리고, 빨래건조대로 내려치기도 했다.
다음날 새벽 A씨는 B씨를 차량에 태워 상간남을 찾으러 나섰다. 지인들이 차량을 가로막자, A씨는 B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분풀이를 했다. 상간남을 만나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 이후 무차별 폭행을 가한 뒤 주거지로 돌아왔다.
A씨는 문득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B씨가 신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당시 B씨는 전신에 멍자국이 있었고, 설사 증상까지 보였다.
A씨는 지인 C(52)씨를 불러 “B씨가 도망을 못가게 쇠창틀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C씨는 같은달 28일 쇠창틀 2개를 제작해 B씨가 있던 방 앞에 설치했다. 또 가로·세로 1m 규모에 500㎏에 달하는 실박스를 지게차로 옮겨 방 출입문을 가로막았다.
감금된 B씨는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세가 악화됐고, 결국 지난해 4월 1일 사망했다. 부검 당시 B씨는 양쪽 12개 갈비뼈 중 왼쪽 10개와 오른쪽 11개의 갈비뼈가 부러졌다. 간도 일부 찢어졌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A씨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하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이러한 확신을 갖게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며 “피고인은 지인들을 통해 약국에서 치료용 약을 구매한 뒤 피해자에게 건네주고, 식사 등을 제공했다.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방치했다는 공소사실과는 상반된 태도로 볼 수 있다. 피해자 구호를 위해 일정 부분 노력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사는 살인죄에 대한 무죄 선고에 대해 사실오인이라며 항소했다. A씨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다. 대구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승규)는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 형량이 감소된 것이다.
정 부장판사는 “심리 과정에서도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만한 객관적인 사유가 새로 드러나지 않았다. 원심 판단도 옳다"며 “피고인은 원심에서 피해자 유족들을 위해 5천만원을 공탁했고,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해 용서받았다. 피고인의 자녀들도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등을 종합해 볼 때 원심이 선고한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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