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몬스테라에게 배려를 배운다

  • 신노우 수필가·시인·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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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0  |  수정 2025-03-20 08:40  |  발행일 2025-03-20 제17면
[문화산책] 몬스테라에게 배려를 배운다
신노우〈수필가·시인·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생활원예 강의 시간이다. 몬스테라를 화면에 띄운다.

"여러분, 몬스테라잎이 왜, 갈라지고 잎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을까요?"

갑자기 조용해지며 자기에게 답을 물을까 봐 너도나도 내 눈길을 번개같이 피한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몬스테라는 여러해살이 덩굴성 관엽식물이다. 90~100㎝ 정도 자라며 꽃향기도 감미롭다.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난 식물이라 반려 식물로 곁에 두고 키우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몬스테라잎은 어긋나고 깃 모양으로 갈라져 있다. 갈라진 잎에도 달걀 모양의 구멍이 여기저기 뚫렸다.

키 큰 식물이 넓은 잎으로 하늘을 모두 가려버리면 그 밑에 있는 식물은 햇빛을 보지 못한다. 햇빛을 보지 못하는 하부식물은 탄소동화작용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탄소동화작용을 제대로 못 하는 하부식물은 연약하게 억지로 버티고 버티다가 끝내는 가린 잎을 원망하며 죽어 버린다. 산속에 들어 보면 그런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한낱 식물에 불과한 몬스테라지만, 잎이 갈라지고 뚫린 구멍으로 자기 밑에 자라는 키 낮은 식물이 생명의 빛을 보게 하는 배려가 감동적이다.

내 생일이라고 두 아들네 아홉 식구가 우리 집에 다 모여 왁자지껄하다. 거실에서 운동장처럼 뛰고 놀던 큰손자가 화장실을 후다닥 다녀온다. 내가 화장실 문을 열고 슬리퍼를 살핀다. 한 짝은 업어져 있고 한 짝은 저만큼 이별해 있다. 초등학생인 큰손자와 손녀를 화장실로 잠깐 오라고 했다. 슬리퍼를 이렇게 해 놓으면 바로 신고 들어갈 수 있겠어요? 슬리퍼 두 짝을 집어 방향을 돌려놓으면서 이렇게 해 놓으면 화장실이 급해서 들어가는 사람도 바로 신고 용변을 볼 수 있겠지. "네-" 대답이 쩌렁하다. 화장실에서 나올 때 문 쪽에서 뒤로 돌아서 나오며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 놓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들어가는 사람은 바로 슬리퍼를 신습니다. 비단 화장실뿐만 아니라 출입하는 현관, 베란다로 나갔다가 들어오며 슬리퍼를 벗어 둘 때도 꼭 그렇게 실천하면 할아버지가 기쁘겠다고 말하자, 두 손주가 고개를 까닥까닥한다. 몬스테라에게 배운 배려를 일깨운다.

사노라면 몬스테라같이 배려할 일이 너무 많다. 내 사소한 배려가 개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지게 하고, 생명을 지탱하게 할 수도 있다. 배려하고 사는 삶이 얼마나 값진 삶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햇빛을 나 혼자만 받겠노라 욕심을 부린 적이 왜, 없었겠는가. 몬스테라를 보며 반성한다.

신노우〈수필가·시인·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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