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나서지 않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최후통첩을 날리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앞세워 여·야·정 협의를 압박하고 나섰다. 최근 영남권에서 발생한 산불 등을 이유로 추경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탄핵 정국을 마무리하고 싶은 민주당은 사실상 '딜레마' 빠진 상황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헌법재판소의 정상화와 조속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우선 순위를 두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30일) 한 권한대행을 향해 “윤석열 복귀 프로젝트를 멈추고 마 후보자를 4월 1일까지 임명하라"며 “한 권한대행이 헌법수호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무회의가 예정된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다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4선 이상 의원들이 3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마은혁 재판관 임명 촉구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민주당의 협박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한 권한대행은 여·야·정 협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강행할 경우 추경안과 관련한 협의가 어렵기 때문에 사상 최악의 대형 산불이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정도 추경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단 점도 민주당에겐 고민이다. 당정은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안을 발표하고 여·야·정이 협의해 4월 중 처리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탄핵을 강행할 경우 추경안에 대한 논의가 늦어지면서 민생을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지도부 내에서도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기류가 강하다는 점도 고민이다. 실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조속히 마무리 짓는데 당력을 집중한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민생 추경에 대한 시급성을 피력해 온 만큼 추경 논의를 완전히 미뤄두긴 어려운 상황이다. 산불 피해 대응 등에 재정 투입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가 산불 현장에서 산불 피해 복구를 약속한 터라 내란 종식을 위한 정쟁에 당력을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조기 대선을 고려할 경우 민생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조기 대선을 위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당에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는 까닭에 이 대표와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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