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만난 사람] ‘그리스·로마신화 전문가’ 김헌 서울대 교수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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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01  |  발행일 2025-04-02 제19면
‘신화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달성군립도서관 특강
“욕망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행복에 이를 수 있다”
욕망과 도전 키워드로 현대인에 필요한 통찰 전해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 ‘그리스·로마신화 전문가’ 김헌 서울대 교수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지난달 29일 달성군립도서관에서 '신화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숨어 있는 미궁에 스스로 들어가 목숨을 걸고 괴물을 처단했습니다. 자신이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요. 실패와 성공을 넘어, 도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대구 달성군립도서관에서 열린 명사초청 특강의 주인공은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였다. 김 교수는 그리스·로마 신화 전문가로 방송 '차이나는 클라스' '벌거벗은 세계사' 등으로 대중과 만나왔다. 이날은 '신화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라는 주제로 약 2시간 동안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 전 김 교수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연의 핵심 메시지를 귀띔했다. 그는 '욕망'과 '도전'이라는 두 키워드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통찰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항상 무언가를 바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잘 충족시키면 행복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잘 다스리지 못할 경우엔 과욕으로 자신과 타인을 해치게 되죠. 여기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지혜를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 ‘그리스·로마신화 전문가’ 김헌 서울대 교수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지난달 29일 달성군립도서관에서 '신화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달성군립도서관 제공>

강연에서 김 교수는 '욕망'에 관한 대표적인 그리스 신화로 미다스 왕과 에릭시톤의 사례를 들었다. 금을 만드는 능력을 소원했던 미다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조차 황금으로 변해버리는 저주 속에서 극심한 고독을 경험하게 된다. 에릭시톤은 허기를 참지 못해 자신의 딸마저 팔고, 끝내 자신의 몸을 뜯어먹는 극단적인 결말에 이른 인물이다. 김 교수는 “욕망은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는 지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우리 마음 속엔 어떤 욕망이 있을까, 그 욕망은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이론을 화제로 꺼냈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이성보다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자신의 욕망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 행복에 이를 수 있다. 김 교수는 “욕망에도 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기본 수준의 욕망을 채우면서도 질 높은 욕망을 추구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전'에 관한 내용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그는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가 있는 미궁을 만든 건축가 다이달로스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테세우스가 미궁을 탈출한 벌로 다이달로스는 자신이 만든 미궁에 갇힌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예술가가 자신이 만든 작품 속에 갇히는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세계 안에 갇히게 된다"며 “그 세계를 깨고 나아가는 사람이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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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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