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 첫 정식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오후에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권 행보를 자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공개적인 행보를 밝히면서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강성 보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국민의힘 후보를 절대 당선시키지 않겠다"며 21대 대선 출마의 뜻을 밝히면서 전당대회 흥행 실패를 우려하는 국민의힘의 부담은 커진 모양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 소속으로 “나는 (12·3 계엄을 통해) 계몽됐다"고 밝혀 큰 화제를 모았던 김계리 변호사는 19일 밤 SNS에 “오늘 내 손으로 뽑은 나의 첫 대통령, 윤버지(윤석열 아버지)"라는 글과 함께 윤 전 대통령, 배의철 변호사와 나란히 식탁에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배의철, 김계리 변호사는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며 '윤어게인' 신당 관련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대통령께서 '지금은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할 때'라고 하셨다"고 이를 취소한 바 있다.
이런 맥락을 볼 때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사저로 옮긴 뒤 사실상 첫 공개 면담 대상으로 배의철, 김계리 변호사를 택했다는 건 정치권에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탄핵심판 변호에 힘을 써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도 있겠지만 '윤어게인' '윤어게인 신당'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 법원을 오가는 차량에서 포착된 것을 제외하면 얼굴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탁핵 심판에 불복했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도 높다. 이에 정치권에선 윤 전 대통령의 행보가 국민의힘 대선 판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더해 강성 보수로 분류되는 전광훈 목사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8명은 절대로 당선 안 시킨다. 우리 존재를 보여줄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전당대회 날짜도 잡아놨고 수원에서 제일 큰 체육관에서 할 것"이라며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전 목사를 두고 “(전 목사가) 마치 시대의 부름이라도 받은 듯 착각에 빠져 극우 선동의 깃발을 들고 나섰다"라며 “대통령 후보는커녕 공론의 장에서 퇴출당해야 마땅한 인물"이라고 힐난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중도 확장을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절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전 목사의 출마와 윤 전 대통령의 깜짝 행보 등으로 자칫 보수 지지자들의 표가 분산돼 대선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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