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홍준표…“대구시민에겐 미안하단 말 없었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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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30 17:14  |  발행일 2025-04-30
2년 10개월 대구시정 이끌다 끝내 없었던 ‘대구에 대한 한마디’
출마 땐 “대구는 정치적 동지”…은퇴 땐 “서울시민”
지역정치권 “염치있는 정치인이고 행동인가”
온라인서도 비판 봇물…“대구시민으로 묘한 기분”
서울시민 홍준표…“대구시민에겐 미안하단 말 없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경선에 탈락 후 정계은퇴 의사를 밝힌 홍준표 후보가 발표장에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6·3 대선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서울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민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결국 대구가 홍 전 시장 대권가도의 징검다리 역할만 했다는 자조섞인 한탄이 나온다.

홍 전 시장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조기 졸업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울시민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지난 30여 년 정치생활 동안 보살펴주신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제 부담 없이 시장통에서 거리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홍 전 시장이 정계 은퇴 소회를 밝힌 글이지만, '서울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은 지역민에게 아쉬움과 씁쓸함을 안겼다. 지난 2년 10개월간 대구시정을 이끌다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앞두고 지난 11일 대구시장직을 사퇴한 그가 마지막 인사에서조차 '대구'가 아닌 '서울'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2022년 3월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 시절, 수성못 상화동산 이상화 시비 앞에서 시장 출마를 공식화하며 “대구는 저를 키워준 고향으로 학창시절을 보낸 후 검사시절을 마치고 정치에 뛰어들면서도 마음은 내내 대구를 향해 있었다"며 “대구는 저의 정치적 동지"라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었다.

서울시민 홍준표…“대구시민에겐 미안하단 말 없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지역 정치권에선 날선 비판이 잇따랐다. 강민구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30일 페이스북에 “며칠 전까지 대구시장 한 분이 '서울시민'으로 돌아간다고 당당히 말씀하신다"며 “그래도 대구시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서 시장까지 하셨으면, 대구시민에게 감사 또는 '송구하다'란 메시지 정도는 남겨야 되지 않나. 이런 것이 염치가 있는 정치인이고 행동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김현권 전 민주당 의원도 이날 “왜 대구시민이 아니라 서울시민이냐. TK에 살다 보니 이런 일을 부지기수로 겪는다. 오히려 지역을 지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어느 날 불쑥 공천받고 내려와 국회의원하고 시장 3선까지 하고 또 간다. 그래도 찍어주고 그걸 보수의 '정체성'이라 포장하고 지역의 '정서'라고 설명한다"며 씁쓸해했다.

홍 전 시장의 발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적잖은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직전에 대구시장 한 분이 이런 말 하는 게 대구시민으로서 묘한 기분이 든다' '애시당초 대구시민이었던 적은 있나' '어느 보수 정치인이 TK에 관심을 가지겠나. 뭘 해도 뽑아주는데 대충하다 서울 가면 된다'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이나 가져가라'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홍 전 시장은 1954년 경남 창녕 출생으로, 대구 영남중·고교를 졸업했다.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관된 후 특수부 검사로 이름을 알렸으며, 드라마 '모래시계' 검사로도 유명하다. 1996년 제15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고, 이후 5선 국회의원, 재선 경남도지사, 대구시장, 두 차례 당 대표를 역임한 보수진영의 거물급 인물이다. 대선 도전만 세 차례에 이른다. 지난 3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홍 전 시장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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