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의 미래, 전문병원]〈9·끝 〉에스포항병원-뇌혈관 전문병원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

  • 전준혁·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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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3 17:47  |  발행일 2025-05-13
경북 유일 뇌혈관 전문병원, 인터벤션 장비로 치료 혁신
의료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직원 복지가 환자 신뢰로
지역사회 함께 뛰는 병원, 예방의학으로 존재감 키워
의료전달체계 핵심 역할…포괄지원 제외된 현실은 역행
[지역의료의 미래, 전문병원]〈9·끝 〉에스포항병원-뇌혈관 전문병원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

김문철 에스포항병원 대표병원장

[지역의료의 미래, 전문병원]〈9·끝 〉에스포항병원-뇌혈관 전문병원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

푸른 산자락에 자리잡은 에스포항병원은 뇌혈관 전문병원으로서 경북 동해안권 지역의 필수 의료를 책임지고 있다. 최첨단 진료 장비와 연구 인프라, 환자 중심의 진료 체계를 갖추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온 대표 의료기관이다. 사진은 병원 본관을 중심으로 인접한 부속 건물과 주차타워, 주변 도로망이 어우러진 모습이다.<에스포항병원 제공>

17년 전 문을 연 에스포항병원은 경북 동해안권에서 뇌혈관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 의료의 허리를 자처해 왔다. 개원 이후 병원은 성장보다 '책임'을 우선했고, 성과보다 '공공성'을 고민했다.

이 병원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뇌혈관 질환에 대한 집중과 전문화다. 그간 지역 의료 수요를 반영해 신경외과 분야의 진료 모델을 꾸준히 정립해왔다. 병원 내 자체 연구소를 통한 임상 빅데이터 관리와 연구로 의료 인프라 개선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병상 안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을 찾아다니며 건강 캠페인도 전개했다. 전문병원이 지역민들과 신뢰를 쌓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첨단장비 도입도 주목할 만 하다. 에스포항병원은 경북지역 종합병원 중 최초로 독일 지멘스사의 인터벤션 장비를 도입했다. 이 장비는 최소 침습 방식으로 뇌혈관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 수술 없이도 빠르게 혈류를 회복시킨다. 또한 6만 5천가지 색을 구현하는 3D 영상으로 병변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고성능 장비다. 환자 및 시술자의 방사선 노출도 최소화한다.

환자 중심의 병원 운영은 이 병원의 경쟁력을 튼실하게 뒷받침한다. 두 차례 연속 환자경험평가 경북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하다'는 김문철 병원장의 철학이 있다. 병원은 의무가 아니지만 24시간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다자녀 출산 지원과 사내 결혼 포상제도까지 갖췄다. 직원 복지에 대한 이 같은 투자와 존중은 환자 서비스의 품질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지역과 함께 성장한 이 병원은 이제 포항을 넘어 환동해권까지 필수의료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년간 전국적인 의료 공백 상황에서 에스포항병원이 감당한 몫은 작지 않다. 상급종합병원과의 진료 협력은 물론, 전문병원이 어떻게 위기 상황에서 시스템의 허리를 지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전문병원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낮은 수가, 높은 투자비, 제도적 한계는 새로운 전문병원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에서 뇌혈관 분야가 제외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문병원들이 상급병원의 공백을 대신해 환자를 치료했지만 실적과 현장 조건은 반영되지 않았다. 김문철 병원장은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말하면서도 오히려 그 기반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병원은 의료 시스템 안에서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의 교차점에 서 있다. 지역 주민의 생명을 지키고, 의료 전달체계를 지탱하는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 가치는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북지역 유일한 뇌혈관 전문병원인 에스포항병원은 오늘도 '병원이 지역을 지킨다'는 말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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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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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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