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용태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후 닷새 만에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김용태 의원을 임명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 지지율이 박스권에 갖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선결 과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를 선택했다.
국민의힘은 15일 오전 전국위원회를 비대면으로 소집해 당내 최연소(1990년생) 의원인 김 의원을 비대위원장에 임명하는 안을 표결에 부쳤다.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 결과 전국위원 795명 가운데 551명(투표율 69.3%)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찬성 491명(찬성율 89.1%)으로 가결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취임 첫날부터 칼을 뽑아 들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대통령을 향해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드린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을 찾아뵙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공식 요청한 것이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은 만약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며 사실상 '출당'까지 시사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이런 결단은 현재 정체된 김문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김 후보에게 늘 따라다니는 '반탄'(탄핵 반대) 이미지를 털어내지 않을 경우 이번 대선에서 반전은 없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앞서 김 후보가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했음에도 윤 전 대통령 거취 문제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자, 김 비대위원장이 빠른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의 요청을 윤 전 대통령이 수락한다면 김 후보는 향후 선거 운동에서 큰 부담을 덜게 된다. 당과 윤 전 대통령의 고리를 끊어내면서 비상계엄과 탄핵의 강을 넘어섰다는 상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서다.
김 비대위원장의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는 외연 확장과 보수 빅텐트 가능성까지 열어 둘 수도 있다. 탄핵 찬성파인 한동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 출당 등으로 당에 다시 합류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후보의 외연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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