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대선]박근혜의 ‘좌클릭’과 겹치는 이재명의 ‘우클릭’…TK가 흔들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미소를 지으며 연설하고 있다. 영남일보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중도보수를 선언하며 대구경북(TK) 민심을 파고 들고 있다. 과거 재벌해체론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이 후보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우클릭'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 민주화'를 표방하며 '좌클릭' 행보를 보였던 것과 유사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2년 박 전 대통령은 김종인 박사를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하고, 충격적인 수준의 '좌클릭'을 시도한다. 그 중 하나가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정강에서 '보수' 용어를 삭제하는 것이었다.

이어 2012년 7월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는 경제민주화, 일자리, 한국형 복지를 3대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박 전 대통령은 진보 진영 의제들을 거리낌 없이 가져와 이념의 벽을 무너뜨렸고,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를 벤치마킹이라도 하듯 이 후보는 지난달 선거 유세의 첫 시작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박태준 전 포스코 초대 회장 묘역까지 참배하면서 좌우 통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이달 13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를 찾아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냐. 박 전 대통령이 한 여러 일 중에 훌륭한 것은 베끼기로 했다"고 언급했고, 포항에서는 "박태준의 정책이든 박정희 정책이든 좋은 건 다 쓰고, 김대중·노무현의 말씀이라도 지금 현실에서 부족함이 있으면 바꿔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영남과 호남을 오가며 '동서화합'이라는 지역주의 타파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을 아우르는 국민 통합 지도자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재벌 해체를 약속했던 2017년의 이재명, 기본소득을 주창했던 2022년 이재명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같은 변화가 성공했는지 TK 민심이 심상치 않다. 한국 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4명을 대상으로실시한 대선 후보 전국 지지조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각각 51%, 2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는 TK로 국한했을 땐 34%의 지지세를 얻었다. 김 후보(48%)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구(75.14%)와 경북(72.76%)은 지난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몰표를 준 곳이다. 반면 이 후보는 당시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21.60%, 23.80%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 후보의 통합 행보가 국민의힘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단순한 정책 우클릭이 아닌 '유권자 재정렬(realignment)'을 시도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유권자 재정렬이란 유권자의 투표 형태와 정치지형이 구조적으로 뒤바뀌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친명(친이재명)계 장경태 의원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장 의원은 지난 2월 23일 자신의 SNS에서 "민주당은 우클릭해야 한다. 정책지향점을 우클릭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극우화되면서 정치적 진공상태가 나타나고 있는 중도보수까지 넓히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지역적으로 '동진정책'을 표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념적 '동진정책'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TK자민련으로 전락시키고, 이념을 확장해 전국적 지지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와의 범보수 단일화는 커녕 보수 진영 인사들이 민주당으로 이탈하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마냥 흘려들을 수 없는 대목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원로 정치인 김한규 전 총무처 장관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원들이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 것은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사즉생'의 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TK에서만큼은 80%의 지지를 얻겠다는 각오로 배수진을 치고 대선에 임하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경모(세종)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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