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 입주자들이 미분양에 대한 CR리츠 전환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 입주민 제공>
대구의 '악성 미분양' 지표가 통계상 하락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수분양자와 시행사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2026년 2월 현재 대구 미분양 주택은 약 5천900호대로 내려 앉으며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수요 회복보다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편입과 현금 환급(페이백)이 만들어낸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83% 매각'이 불러온 임대 낙인 공포
입주가 진행 중인 대구 중구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1·2차) 단지 정문 앞은 연일 피켓 시위가 이어진다. 분양률이 각각 50%와 20% 선에 머물자 시행사가 미분양 세대를 통째로 CR리츠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단지 내 상가 입점을 준비하던 자영업자 정모씨(42)는 "사람이 차야 장사를 할 텐데, 절반 이상 불이 꺼진 상태에서 리츠니 임대니 하는 소문이 도니 인테리어 공사를 계속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답답해 했다.
시행사는 리츠 매입이 공매보다 유리하며 단지 가치를 보존하는 최선책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2022년 분양가 그대로 계약한 입주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리츠로 넘어가는 순간 단지가 '임대아파트'로 인식돼 시세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수성구 파동의 한 단지는 감정가의 83% 수준에 리츠 매입 계약을 체결하며 '80%대 시세'를 현실화한 전례가 있다. 힐스테이크 대구여 퍼스트 입주자협의회 관계자는 "시행사가 리츠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매를 넘기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며 "사실상 재산권을 포기하라는 압박"이라고 했다.
◆"제값 준 사람만 바보"…서구 휩쓰는 '8천만원 페이백'
대구 서구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 등 입주를 앞둔 단지들은 '페이백' 몸살을 앓고 있다. 시행사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신규 계약자에게 5천만 원에서 많게는 8천000만 원까지 현금을 돌려주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는 분양가의 약 10%를 깎아주는 효과가 있지만, 기존 수분양자들에 대한 소급 적용은 없다.
서대구역 센트럴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게시판에는 동일 평형임에도 급매물과 분양권 가격이 수천만 원씩 차이 나게 기재돼 있다. 2022년 당시 계약했던 40대 직장인 이정우씨는 "대출 상담을 받으러 은행에 갔더니, 옆집은 나보다 8천만 원 싸게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제값 다 치른 입주민들만 자산 가치가 증발한 셈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내용증명을 보내며 항의 중이지만, 시공사와 시행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구 서구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 입주예정자협의회비상대책위원회에서 현대건설 등 시공사와 시행사에 발송한 내용증명 중 일부. <입주예정자 제공>
◆통계는 줄었지만 갈등은 '현재진행형'…대구 미분양의 역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대구 미분양은 한 달 새 1천가구 이상 줄어드는 등 표면적으로는 안정세다. 그러나 이는 리츠가 약 1천700여 가구를 한꺼번에 매집하며 통계에서 제외된 영향이 크다. 실제 준공 후 미분양은 여전히 3천호 수준을 상회하며 현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이러한 '통계 세탁'이 시장의 근본적인 체력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한다. 법인 매물이 분양가보다 1억 원 이상 낮은 가격에 실거래되거나, 할인 물량이 쏟아지며 인근 구축 아파트 가격까지 끌어내리는 상황이다. 건설업계가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꺼낸 '리츠'와 '할인' 카드가 제값을 치른 가계에는 치명적인 재산상 손실로 돌아오고 있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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