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북구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 입주자들이 미분양에 대한 CR리츠 전환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 입주민 제공>
대구 미분양 입주단지를 중심으로 수분양자와 건설업계 간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준공후 미분양 해소를 위해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가 추진되면서 수분양자들은 임대아파트 인식에 따른 시세 하락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등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입주가 시작된 대구 중구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1차·2차)'의 시행사는 최근 입주예정자협의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CR리츠 등 미분양 해소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R리츠는 미분양 세대를 현 분양가 이상 매각해 단지 가치상승을 제고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CR리츠 추진이 확인되면서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수분양자 동의 없는 일방적인 리츠 추진을 반대하며 단지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입주예정자협의회 측은 "시행사가 CR리츠를 반대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면 공매를 하겠다고 밝히는 상황"이라며 "리츠가 되면 임대아파트라는 이미지 타격와 시세 하락이 우려될 수 밖에 없어 재산권 침해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1호 CR리츠는 대구 수성구 파동의 '수성레이크우방아이유쉘' 288세대를 감정평가액의 83% 수준에 매입계약을 최근 체결한 바 있다. CR리츠는 투자자를 모은 뒤 미분양 주택을 매입 후 임대로 운영하다가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 1차(216세대)·2차(174세대) 단지 분양률은 약 50%· 20%다.
입주자협의회는 또 법인 매물이 분양가보다 1억여원 낮은 가격으로 실거래가 이뤄져 분양자들의 자산 가치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입주자협회 관계자는 "시행사가 2022년 분양 후 지금까지 미분양 해소를 위한 대책이 없다가 지금와서 리츠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분양자들의 고통이 크다"고 했다.

대구 서구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 입주예정자협의회비상대책위원회에서 현대건설 등 시공사와 시행사에 발송한 내용증명 중 일부. <입주예정자 제공>
입주를 앞둔 또 다른 미분양 단지에서는 분양가의 10% 할인 효과가 있는 '페이백' 등의 조건판매로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며 갈등을 겪는 중이다.
대구 서구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 입주예정자협의회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사업 시행사는 미분양 세대에 할인분양 효과가 있는 5천만~8천만원 페이백 조건으로 판매중이다.
이로인해 제값을 주고 2022년 분양 받은 입주예정자들은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분양조건 변경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내용증명을 시공사와 시행사에 수 차례 발송했지만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입주예정자협의회비상대책위원회 측은 "7월 입주를 앞두고 대부분의 분양자들은 대출을 내야하는데, 10% 할인 효과를 주는 판매가 계속되지만 소급 적용은 안 돼 최초 분양자들의 고통이 크다"며 "내용증명을 발송했는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어 더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3월말 기준 9천177호로,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3천252호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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