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보여줬다’…우리도 그런 리더를 기다린다

  • 이창호
  • |
  • 입력 2025-05-22 20:27  |  수정 2025-05-23 17:11  |  발행일 2025-05-23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우승 한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우승 한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길고 긴 인내(忍耐)의 끝이었다. 대한민국이 낳은 축구 슈퍼스타 손흥민이 마침내 소속 팀 토트넘 핫스퍼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의 커리어 첫 우승컵이기에 더욱 값지고 의미가 크다. 특히 토트넘의 우승은 '손흥민의 존재감'을 빼놓고선 결코 논할 수 없다. 손흥민이 없었다면 토트넘의 정상 등극은 아마도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손흥민표(標) 의리심(충성심)'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토트넘은 2019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눈물을 삼켰다. 이후 토트넘은 해마다 리그든, 컵대회든 우승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다. 그러던 중 팀의 지주였던 해리 케인이 팀을 떠났다. 게다가 팀이 흔들릴 때마다 손흥민에게도 달콤한 이적의 유혹이 다가왔다. 하지만 손흥민은 단호했다. 그럴 때마다 '끝까지 팀을 지키겠다'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의리심은 토트넘 동료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됐다. 이는 변덕스럽기로 소문 난 토트넘 팬들이 그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흥민표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토트넘이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강팀으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가는 원천이다. 감동을 자아내는 데도 부족함이 없다.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 그는 주장으로서 선수단의 단결과 화합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다. 한 눈에 알 수 있다. 결코 자신을 먼저 내세우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MOM(최우수 선수)에 선정될 때마다 항상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다. 이번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못난 주장을 두고 시즌을 치르느라 힘들었을텐데, 포기하지 않고 멋진 모습을 보여준 동료들에게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평소 슬럼프에 빠진 동료가 모처럼 골을 넣기라도 하면 마치 가족처럼 기뻐해 준다. 스타 플레이어로서의 특권은 안중에도 없다. 항상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타나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 세계축구 역사상 이토록 겸손하고 헌신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축구 선수가 있었던가. 손흥민표 리더십은 '우리는 항상 함께 한다'라는 한국인 특유의 공동체적 마인드도 바탕이 됐을 것이다.


이같은 손흥민표 의리심과 리더십은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는 경기의 승패를 떠나 선수와 팬들에게 고귀한 가치를 심어준다. 자신이 먼저 양보하고 희생하는 모습은 동료들에겐 '긍정적 동기 부여'와 팬들에겐 '변치않는 충성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는 그가 축구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존경받는 이유다. 이제 '손흥민'이라는 대체불가능한 가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토트넘은 물론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아야 할 '레전드'로 영원히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다.


손흥민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지켜보면서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다. 한 개인의 합리적, 긍정적인 마인드가 한 조직을 어떻게 미래지향적으로 바꿀 수 있는가를. 작금 우리 정치판이 떠오른다. 언제인가, 한 정치인이 자기 당 대표의 리더십을 '손흥민'에 비유한 적이 있었다. 속으로 웃었다. 지금 21대 대선 출마자를 포함한 수많은 정치인 가운데 손흥민과 같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진심으로 자기보다 국민과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 솔직히 기대난망(期待難望)이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을 걱정해야 할 우리 정치인들이 손흥민의 의리심과 리더십을 곱씹어 봄 직하다.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leec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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