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규 교수
'감정평가'란 토지 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해 그 결과를 가액으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참조). 감정평가 대상에는 부동산이나 동산뿐 아니라 지식재산권·어업권·영업권과 같은 무형자산이 포함되고, 감정평가의 근거는 경제적 가치이다. 여기서 경제적 가치는 경제활동에 있어 사람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유용성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활동에 있어 특정 물건 등에 대해 경제적 가치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거나 공익사업을 위해 매수하는 경우 또는 금융회사가 담보물로 활용하는 경우 그 물건의 경제적 가치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때 경제주체는 감정평가를 통해 경제적 가치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따라서 감정평가는 손실보상, 지가공시, 과세, 경매·공매, 매수(취득)·매도(처분), 현물출자, 담보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감정평가의 개념과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감정평가의 본질이 '판정'이라는 점이다. 판정은 판별하여 결정하는 것으로 내심적 정신작용에 속한다. 따라서 판정의 결과는 판정의 주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즉, 동일한 물건에 대해 동일한 기준시점으로 감정평가를 하더라도 감정평가사에 따라 감정평가액이 다를 수 있다. 감정평가의 본질이 판정이므로 감정평가액에 따라 다양한 당사자 사이에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 2명 이상의 감정평가사를 통해 판정을 받을 필요가 있는데 이를 복수(複數)감정평가라 한다.
현재 법령상 공익사업에 있어 손실보상, 정비사업에 있어 관리처분, 표준지의 지가공시 등에 관한 감정평가에서는 복수감정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담보, 경매·공매, 법원의 소송 등에 있어서는 단수감정평가가 원칙이다.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입장에서 복수감정평가는 감정평가액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것이 장점이나 각 감정평가사에게 보수(報酬)를 지급해야 하므로 비용이 추가로 드는 단점이 있다.
단수감정평가와 관련해 재검토해야 할 점은 특히 법원의 소송감정평가이다. 소송감정평가는 법원이 사전에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감정평가사로부터 감정인 등록을 받은 후 전산에 의해 자동 선정된 한사람에게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소송감정평가의 주요 원인인 공익사업에 있어 손실보상, 토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정비사업 등에 있어 매도청구, 이혼시의 재산분할청구 등은 감정평가액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 이해가 상충된다. 따라서 소송감정평가는 무엇보다 감정평가액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므로 복수감정평가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만약 복수감정평가를 하는 것이 보수 부담의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렵다면 그 보완책으로 소송당사자 중 일방이 당초 감정평가액에 이의가 있어 재감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부동산경영학과 교수>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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