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 기술의 칼날 위에 선 청소년들

  • 도기봉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 대구성교육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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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9 19:18  |  발행일 2025-05-29
도기봉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대구성교육협의회장

도기봉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대구성교육협의회장

디지털 기술은 청소년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선사하지만, 그 칼날은 너무 날카롭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청소년들은 도박, 마약, 딥페이크 성범죄라는 보이지 않는 유해 환경과 마주하게 된다. 교실에서는 수업을 듣고 있지만, 손바닥 안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청소년들의 삶을 무너뜨리는 '조용한 폭력'이 오늘도 진행 중이다. 디지털 기술이 주는 기회가 무한한 만큼, 그 그림자는 매우 깊고,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기 쉽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만 19세 이하 청소년의 마약류 사범 단속 건수는 △2020년 313명 △2021년 450명 △2022년 481명 △2023년 1477명으로 급증했다. 마약은 이제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SNS와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지는 마약 거래는 청소년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다가가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약물 복용은, 점차 중독으로 이어지며 그 피해를 더욱 키운다. 디지털 환경은 마약 범죄의 유혹을 더욱 손쉽게 만들어, 청소년들은 안전지대 없이 그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마약에 손을 대는 속도는 기술의 발전 속도와 비례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도박 또한 일상화시키고 있다. 경찰에 검거된 청소년 도박 범죄자는 △2020년 91명 △2021년 63명 △2022년 74명 △2023년 169명 △2024년 8월 기준 328명으로 늘어났다. 온라인 게임에서의 '확률형 아이템'은 청소년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도박을 학습하게 한다. '이건 게임일 뿐'이라는 자기합리화 속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근하고, 심지어 부모의 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절도까지 저지른다. 디지털 환경은 도박을 더욱 자연스럽고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든다. 게임이라는 외피를 쓴 도박은 청소년들에게 큰 유혹으로 다가가며,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을 키운다.


가장 우려스러운 현실은 '딥페이크 성범죄'다. AI 기술이 악용되어, 청소년들의 얼굴이 합성된 성적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 청소년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의 90% 이상이 10~20대이다. 이 영상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장난'처럼 퍼져 나가며, 피해자는 자신도 모르게 성적 대상화의 충격을 받게 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악용이 아닌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정신적 폭력이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피해자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며, 청소년들의 정신적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도박, 마약, 딥페이크 성범죄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중독성과 중대한 인권 침해를 동반한 심각한 범죄이다. 청소년들은 그 유해 환경의 소비자가 아니라, 그 환경에 방치된 피해자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빛이라면, 그 그림자는 청소년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


5월은 청소년의 달이다.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청소년의 달은 청소년들의 주인의식을 고취시키고, 전 사회가 청소년 육성에 동참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청소년들이 직면한 디지털 위험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부는 불법 도박 사이트, 마약 거래, 딥페이크 영상 유포를 강력히 단속하고, 청소년들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들도 AI 성범죄 콘텐츠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감시와 차단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청소년들이 디지털 위험에 맞설 수 있도록 체계적인 디지털 위험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교사와 학부모 또한 교육을 통해 디지털 범죄에 대한 알아차림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에 대한 맞춤형 심리적, 법률적 지원이다.


청소년 보호는 단지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존엄과 미래를 지키는 문제다. 디지털 기술의 칼날 위에 선 청소년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 청소년의 달 5월을 맞아, 우리는 청소년 보호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동참할 때다.


도기봉<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대구성교육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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